[이성필기자] 시즌 개막과 함께 사나흘 간격으로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전북 현대, 울산 현대는 피곤하다. 더블 스쿼드 체제를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장거리 해외 원정을 오가면서 리그 일정에 쫓기는 상황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그런 양 팀이 절묘한 시점에 만난다.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로 격돌한다. 울산이 승점 13점으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전북이 11점으로 뒤를 쫓고 있다.
양 팀은 지난 7라운드에서 나란히 쓴맛을 봤다. 전북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했고, 울산은 성남FC에 0-1로 졌다.
심리적으로는 울산이 다소 여유롭다. 올해 처음 울산 지휘봉을 잡은 조민국 감독은 "K리그에 오니 지도자들이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지 모르겠다. 너무 승부에 연연하는 것 같다"라며 쉬어가는 여유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울산은 정규리그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점 7점으로 H조 1위를 기록중이다. 웨스턴 시드니(호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이상 6점), 구이저우 런허(중국, 4점)와의 격차가 크지 않지만 충분히 예선 통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조 감독은 "구이저우전에 이겼어도 1위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패에 연연하지 않았다. 홈에서 시드니전을 갖는데 이기면 된다. 가와사키 원정도 편하게 치르면 된다. 오히려 2위로 16강에 오르면 우리 일정이 괜찮더라"라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실사구시 전략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15일 홈에서 시드니를 만난다. 승리해 16강에만 오르면 정규리그야 축구대표팀 소집 전까지 탄력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변수가 많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소집 전까지 빡빡하게 일정을 소화한 뒤 월드컵 개막 후 8강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리그가 재개된다. 9월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또, 33라운드까지 치른 뒤 상, 하위 스플릿으로 갈려 나머지 5경기로 순위를 다툰다. 조 감독은 초반에 승점을 벌어 놓으면 시즌 중, 후반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전북 최강희 감독은 울산을 부러워하고 있다. 울산은 시드니 장거리 원정을 1차전에 일찌감치 치르고 와 K리그 운영이 한결 여유롭다. 전북은 리그 중간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을 다녀왔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원정은 울산전이 끝난 다음날인 12일 바로 떠난다. 최 감독은 "첫 경기에 장거리 원정을 다녀오면 남은 리그나 챔피언스리그 운영이 수월하다. 중간에 장거리 해외 원정이 끼면 정말 쉽지 않다"라며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울산을 바라봤다.
전북이 속한 G조는 촘촘하다. 전북이 광저우와 승점 7점으로 1, 2위를 달리고 있고 멜버른과 요코하마(이상 4점)가 골득실 차이로 3, 4위를 기록중이다. 전북으로서는 울산전을 반드시 넘고 요코하마까지 꺾어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그나마 전북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최철순과 이상협이 상주 상무에서 전역 후 합류한 뒤 한결 수월한 선수단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북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나 올라야 활용될 수 있다. 박원재와 이승기가 부상에서 회복해 합류했지만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최철순과 이상협이 이들의 포지션 공백을 최대한 메워야 한다.
전북 관계자는 "이승기는 요코하마전 출전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울산전에 어떻게 활용될 지는 모른다. 박원재는 이승기보다 회복 속도가 다소 느려서 최철순이 어떻게든 뛰어야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분수령이 될 경기를 각자 앞둔 상황에서 현대가(家) 두 팀은 어쩔 수 없이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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