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오승환(32, 한신)이 불안하다. 일본 무대에서 '끝판대장'으로서의 면모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승환은 9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홈경기에 한신이 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3점 차의 여유있는 세이브 상황. 그러나 오승환은 안타 3개와 폭투 1개로 2점을 내준 끝에 어렵게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날 부진한 피칭으로 오승환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75까지 치솟았다. 4경기에 등판해 그 중 2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매 경기 안타를 맞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오승환의 피안타율은 무려 3할6푼8리(19타수 7안타)에 이른다. 분명 한국 시절 삼성의 철벽 마무리로 군림했던 오승환의 모습이 아니다.
오승환의 부진 속 그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눈에 띈다. 오승환은 9일 경기에서 총 21개의 투구 중 직구만 16개를 던졌다. 커터가 4개, 슬라이더는 1개 뿐이었다. 4개의 커터를 포함, 패스트볼 계열의 공만 20개를 던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일본 타자들의 커트 능력은 한국보다 한 수 위다. 선동열 감독 등 일본야구에 정통한 국내 지도자들이 오승환에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필요성을 조언하는 이유다. 특유의 '돌직구'가 살기 위해서는 변화구와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오승환은 일본 정규시즌 데뷔전이던 지난달 29일 요미우리전에서도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치다 고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실점없이 세이브를 따냈지만 1이닝 동안 32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특히 하시모토 이타루를 상대하면서는 거듭 커트를 당하며 무려 15개의 공을 던졌다.
9일 요코하마전 역시 직구 비율이 높긴 마찬가지였다. 아롬 발디리스를 상대로는 직구만 6개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현지 해설진들은 오승환이 18구 째에 시속 125㎞짜리 슬라이더를 던지자 "이제야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다. 지금 공을 섞어 던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승환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한국에서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던 공이 일본에서는 커트되고, 심지어 안타로 연결된다. 9일 경기에서 위기를 맞은 후에는 두 차례나 마운드 미팅이 이뤄졌다. 벤치에서는 급히 불펜에 전화를 돌렸다. 오승환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자 생소한 경험이다.
물론, 이날은 직구의 제구가 완전치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제구가 안 된 직구라도 힘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 보여준 슬러브에 가까운 시속 125㎞짜리 슬라이더는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오승환 스스로도 "속도차가 있기 때문에 타이밍을 뺏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던 구종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일본 야구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사령탑도 오승환에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일본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9일 경기 후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은 "아직 리듬을 타지 못했다. 정기적으로 던지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1일만에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본 첫 시즌에서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오승환이다. 직구 위주의 승부도 그 이유 중 하나. 다음 등판에서 오승환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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