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이랜드그룹이 프로축구단 창단을 선언했다. 침체 분위기 속에 중국 등 해외로의 선수 유출로 고민이 깊은 프로축구계에 희색이 돌 만한 소식이다.
이랜드그룹은 9일, 서울을 연고로 2014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참가를 목표로 프로축구단 창단 의사를 밝혔다. 박성경 부회장이 이날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 권오갑 총재와 환담하며 서울 연고의 프로축구단 창단을 연내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깜짝 선언은 아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1년간 프로축구 시장 조사와 기획을 거쳐 축구단 창단에 대한 로드맵 수립을 마쳤다며 오는 14일 창단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프로축구계에서는 상당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새 팀의 창단이다. 이랜드가 프로축구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흘러 나왔지만 시도민구단의 자생력이 물음표를 받고 있고 기존 기업구단들도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의 창단 발표라 더욱 반갑다.
기업구단 창단은 1996년 수원 삼성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후 대구FC(2003년), 인천 유나이티드(2004년), 경남FC(2005년), 대전 시티즌(2006년), 강원FC(2009년), 광주FC(2011년) 등이 K리그에 참가했다. 모두 시도민 구단들이다. 대전은 시민구단을 목표로 1997년 계룡건설 등이 기업 컨소시엄으로 창단했다가 2005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명맥이 끊겼던 기업구단의 창단은 프로축구의 시장성이 아직은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프로축구는 최근 구단의 적자 확대 등으로 군살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업구단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생태계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 분위기에서 이랜드그룹의 창단은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랜드와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해왔다. 수원 이후 기업구단의 첫 창단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랜드는 1990년대 실업축구팀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축구가 낯설지 않다.
시장성이 있는 서울을 연고로 참가한다는 점은 프로축구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14일 기자회견에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겠다"라면서도 "지속적으로 스포츠 사업에 관심이 있었고 꾸준히 준비를 했다"며 오랜 준비 과정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서울을 연고로 하려면 입성비 75억원, 축구 발전기금 30억원, 가입비 10억원 등을 내야 한다. 팀 자체 창단 비용도 100억원 가까이 든다. 시작부터 2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전망이다. 서울 입성비 75억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분담금 비용 150억원을 나누자는 의미였다. 잠실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것이 유력한 이랜드는 이에 해당이 안된다는 것이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FC서울이 2004년 연고지를 옮기며 지불했던 75억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건립 비용 분담금이다. 이랜드그룹은 2부리그로 진입하기 때문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축구 발전기금은 2012년 폐지됐다. 가입비도 5억원으로 줄었다. 부담이 많이 없어졌다. 일단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제반 비용 등은 프로축구연맹과 세부적인 조율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삼았다. 유통의 강자라 돈줄이 쉽게 마르지 않는다. 중국 시장 확대로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축구단 창단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구장을 어디로 선택하느냐도 관심이다. 일단 FC서울이 사용중인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는 강남에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이 유력하다. 프로연맹도 강남에 근거지를 둔 서울 연고 구단 창단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최근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을 예고했는데 이랜드그룹이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를 해야 되는 부분이다. 일단 잠실로 생각하고 있다. 자세한 부분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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