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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변요한, 뜨거운 신예의 무서운 도약(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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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지 않으면 멈춘다"

[권혜림기자] 소문은 무성했다. "단편 영화계에 진짜 괜찮은 배우가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다. 혹자는 "잘 생겼는데 연기도 잘 한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어느 회사에서 데려갈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KAFA FILMS 2014의 개봉작 '들개'를 보기 전까지, 배우 변요한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져만 갔다.

봉준호 감독은 KAFA FILMS 2014 개봉작들을 추천하며 '들개'의 변요한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된 얼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들개' 개봉을 앞두고 만난 변요한의 얼굴에는 봉 감독의 표현과 꼭 맞아 떨어지는 오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긴 눈매와 시원한 미소에 남성적 매력이 묻어났다면 가끔 떨리는 눈빛은 소년의 미성숙한 내면을 연상시켰다. 그런 변요한에게서 '들개'의 정구를 떠올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극찬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훈 감독이 연출한 '들개'는 사제 폭탄 만들기를 즐기는 20대 취업준비생 정구(변요한 분)가 폭탄을 터뜨려 줄 집행자 효민(박정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구는 고등학교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사회 순응적 인물로 자라났다. 드러낼 수 없던 욕망을 꽁꽁 싸매고 있던 그는 효민을 만나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정구가 이해됐기 때문에 '들개'에 출연하게 됐어요. '내가 진짜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 싶었죠. '정구는 이럴거야' 하며 진짜 즐겁게 고민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워서였죠. 물론 당연한 사명감을 갖기도 했지만, '들개'는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거든요."

중학생 때 내성적인 성격과 말 더듬증을 고치려 연극을 시작했던 변요한은 무대 위에서 희열을 느끼며 연기의 재미를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까지, 부모의 반대에 맞서야 했다. 국제 무역을 공부하러 떠난 중국에서 3년을 보냈지만 귀국 후 군 복무를 마치고 결국 연기의 길로 뛰어들었다. 23세, 다소 늦게 5개월 간 연기 입시를 준비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

"누군가는 5개월 준비해 합격했다는 이야기에 '오, 정말?'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 군대에서도 대본을 받아 보며 공부를 했어요. 휴가를 나와 시험을 보기도 했죠. 그 전후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고요. 입시 준비 기간보다, 그 이전의 준비 기간이 길었던 셈이죠.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 뭔가 분출하고 싶었던 기억이 나요. 그 모습이 정구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변요한은 자신의 안과 밖에서 정구의 모습을 찾았다. 하고싶은 연기에 쉽게 뛰어들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는 물론, 청소년기에 꼭 정구 같았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10년 전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는 "정구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고집스러운 친구"라며 "청소년기에 정구의 성장은 멈춘 것 같다. 잘 살아가고 싶은데 섞일 수는 없는 모습이 됐다"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신예'라는 수식어를 달고 날갯짓을 시작하기까지, 그의 가슴에도 수없이 많은 소용돌이가 쳤다. 1년 간 약 30편의 단편 영화를 찍으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변요한은 "당연히 조급한 마음이 든 적도 있다"며 "단편만 찍다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뜬구름같긴 했지만 단편 영화계에서 명성이 높은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에 가야겠다는 목표도 있었다"며 "다행히 '네가 어떻게 가냐'고 하는 사람은 없더라"고 말한 뒤 웃었다.

"끌레르몽 페랑은 매년 한국에서 많아야 2~3편의 영화가 초청되는 영화제라고 하더라고요. 성과는 좋았어요. 영화제도 가고 상도 받았죠. 하지만 제 스스로 너무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다작도 좋지만 한 편을 해도 진중하게 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변요한은 "단편에서 승산을 보고 장편으로, 그 뒤에 메이저 영화계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무작정 상업 영화계로 넘어가면 좋겠지만,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수야 분명히 하겠지만, 큰 실수는 하기 싫었다"는 그에게 "완벽주의자는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간절하게 시작했으니까요. 자신에게 냉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워낙 뜨거웠던 적도 많아요. 뭘 해도 뜨겁게 하는 편이라 축구를 해도 네 시간씩 공을 차고요.(웃음) 연기를 할 땐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임해요. 그 분들이 보고 부끄럽지 않아하길 바라면서요. 단편 작업을 통해 만난 분들, 사랑하는 친구들, 부모님이 제게 너무나 큰 지원군이에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죠."

KAFA FILMS 2014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소개 영상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들개'를 극찬했다. 봉 감독은 "'들개'를 무척 재밌게 봤다. 독특한 파괴력이 있는 영화인 것 같다"며 "연출자가 모든 장면을 확신을 갖고 찍어나간 듯하다"고 말했다. 변요한의 마스크를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된 얼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칭찬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용기를 얻는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들뜨는 건 아니다"라며 "나중에 뵈면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약 3개월 전 변요한은 사람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문소리·이제훈·조진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다. 묘한 마스크와 신인같지 않은 연기력 덕에 변요한은 이제훈의 데뷔 시절과 비교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훈 역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녔고 윤성현 감독이 지난 2011년 KAFA FILMS로 선보인 영화 '파수꾼'으로 도약했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배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그런 부담감은 없어요. 후배가 선배의 발자취를 걸어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단, 같이 작품을 하려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선배들도 저같은 과정을 거치며 많은 사랑을 받으셨을테니, 저도 받을 사랑은 다 받고 현장에선 열심히 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아요.(웃음)"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인터뷰 중 변요한은 "진중한 태도"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그 두 어절을 발음할 때는 깊은 눈망울이 유독 반짝였다. "잘 하는 것에는 기준이 없고, 잘 하게 되면 왠지 끝이 날 것 같다"는 그는 "진중한 태도로 많이 노력하면서 여러가지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알렸다.

"오래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배우라고 생각될 때까지요. 많은 씨앗을 뿌려서 50, 60세가 됐을 때도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배우로서 모든 것을 해볼 수 있으니 행복해요. 정말 너무 힘들고 괴롭고 자책도 많이 하지만 한 번의 행복한 순간이 그간의 힘듦을 다 이기는 것 같아요. '살아있지 않으면 멈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현장에 있을 때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좋고요."

뭘 해도 뜨겁다는, 멈추지 않고 살아있기 위해 연기를 한다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어려있었다. '들개'를 통해 관객들은 변요한이라는 출중한 배우의 팔딱이는 에너지를 마주하게 될 법하다. 보석같은 신예의 무섭도록 뜨거운 순간을 기꺼이 함께 하시라.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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