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2차전이 열렸던 지난 3월 31일 사직구장. 이날 홈팀 롯데 선수들이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타격 연습이 마무리될 시간에 한 선수가 배팅케이지로 향했다.
롯데 관계자와 덕아웃에 남아 있던 선수들, 그리고 연습 준비를 하고 있던 원정팀 한화 선수들의 눈길이 한 선수에게 모아졌다. 주인공은 롯데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였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히메네스가 타석에 서자 덕아웃을 떠나 직접 배팅케이지 뒤편으로 가 박흥식 타격코치와 함께 그의 타격을 지켜봤다.
히메네스는 연습 타격이었지만 외야 멀리로 타구를 계속 보냈다. 사직구장 담장을 훌쩍 넘어간 타구도 여러 개였다. 김 감독은 "프리배팅이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현재 '개점휴업' 중이다. 시범경기 기간 팀 연습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해 한화와 2연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아직 히메네스의 1군 엔트리 합류시기를 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4일부터 6일까지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전, 또는 8일부터 10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예정된 LG 트윈스전에 맞춰 히메네스를 엔트리에 등록시킬 계획이다.
히메네스는 "현재 컨디션은 60~70% 수준"이라며 "연습을 소화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무리해서 이른 복귀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컨디션이 괜찮다고 욕심을 내진 않겠다"며 "다시 부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그 때 욕심을 냈더니 결국 다쳐서 경기에 못나가고 있다. 그래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지 이제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한 시즌을 이미 보낸 선수처럼 "팀 분위기가 익숙하고 정말 좋다"고 웃었다. 올 시즌을 함께 할 팀 동료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과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는 "롯데에서 생활은 정말 만족한다. 유먼과 옥스프링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선수들 그리고 구단 스태프 모두 잘 챙겨준다"고 했다.
히메네스는 "일본에서 뛰었을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8년 니혼햄 파이터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시즌 도중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니혼햄에서 성적은 39경기 출전 타율 2할3푼1리 5홈런 14타점이었다.
그는 "당시는 지금보다 나이도 어렸다. 팀에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온 3, 4명의 외국인선수들이 있었다"며 "다들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그 때 정말 내게 신경을 쓰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서로 자기 플레이에 신경쓰기 바빴으니까.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돌아봤다.
경험 부족과 적응 실패로 일본에서 좋지 못한 기록을 냈지만 지금은 다르다. 히메네스는 "잘해야겠다는 압박과 부담은 없다"며 "어떻게 시즌을 시작하느냐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아직 뛰지 않아서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구장은 꽤 커 보인다"며 웃었다. 그는 "개막전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기 후반에는 정말 그라운드로 나가서 뛰고 싶더라. 손이 다 근질 질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정규시즌 데뷔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히메네스는 "경기에 나가게 되면 테드 웨버(NC 다이노스)와 상대하고 싶다"고 했다. 웨버도 히메네스처럼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로 왔다. 이유는 있다. 히메네스는 "웨버를 잘 알고 있다"며 "베네수엘라리그에서 웨버와 함께 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웨버에게 유독 약했다고 한다.
그는 "웨버 상대 기록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서 "타석에 나가는 족족 땅볼, 삼진, 뜬공을 밥먹듯이 기록했다. 공을 쳤는데 배트가 부러져 범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웨버에게 무척 약했다. 60타수 2안타다. 철저하게 당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히메네스는 "그 기록을 올해 바꾸겠다. 웨버가 롯데를 만나면 꼭 승리를 거둔다고 했는데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동료들이 꼭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히메네스는 시범경기에서 NC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롯데와 NC전이 더 관심을 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는 오는 15일부터 사직구장에서 NC와 시즌 첫 3연전을 치른다.
한편, 히메네스는 '마당발'이기도 하다. 팀 동료 유먼과도 롯데에 오기 전부터 인연이 있었지만 각 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 대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웨버도 그렇지만 에릭 테임즈(NC) 호르헤 칸투(두산 베어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라이온즈) 루크 스캇(SK 와이번스) 등과도 친분이 있다"며 "그들 모두 올 시즌 잘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국으로 와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먼은 히메네스에 대해 "아직 실전에서 함께 뛰진 않았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플레이를 보면 정말 야구를 잘 아는 선수"라며 "경기 상황이나 흐름을 잘 파악한다. 영리한 선수다. 팀 전력에 분명히 많은 도움을 될 선수"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히메네스는 "이렇게 얘기를 하는게 다소 이를 수 있지만 롯데라는 팀이 정말 마음에 든다. 팀과 동료들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진심이다"라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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