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기념비 세워주나요?"
첫 승 후 양현종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개장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돼 기쁨이 두 배였다.
양현종은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NC와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5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양현종이 홀로 8이닝을 책임졌고, 어센시오가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상대 선발 이재학도 7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이재학이 내려간 뒤 KIA가 8회 교체된 투수 손민한으로부터 간신히 1점을 뽑아 1-0으로 승리했다.
양현종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1회초부터 벼랑 끝에 몰렸다. 선두타자 박민우가 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고 중견수 키를 넘기는 3루타로 연결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첫 안타가 박민우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양현종은 무사 3루 위기에서 김종호와 이종욱을 연속 헛스윙 삼진, 이호준을 땅볼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양현종의 높은 직구와 커브에 NC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2회에도 불안했다. 테임즈와 나성범이 나란히 양현종의 초구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때려 무사 1, 2루가 됐다. 그러나 양현종은 당황하지 않고 모창민을 삼진, 손시헌을 땅볼, 김태군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 세 타자를 연속 땅볼로 처리한 양현종은 4회 안타 2개를 내준 뒤에도 실점 없이 막아냈다. 2사 1, 2루 손시헌 타석에서 포수 차일목이 1루에 있던 나성범을 견제구로 잡아내 양현종을 도왔다.
양현종은 5회부터 7회까지 9명의 타자를 연달아 범타 처리했다. 7회까지 109구를 던진 양현종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손시헌과 김태군, 박민우를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하고 임무를 완수했다. 이날 양현종이 던진 공은 총 122개로, 2010년 9월 14일 광주 두산전 이후 개인 최다 투구 타이기록이다.
경기 후 양현종은 "코치님이 의사를 물어봤다. 새 구장에서의 첫 승을 놓치기 싫었다. 의욕이 컸다"고 적잖은 투구수에도 8회에도 등판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양현종은 "1회부터 힘이 많이 들어갔다. 위기가 있었지만 잘 풀어간 것 같다. 새 야구장에서의 첫 등판이다 보니 부담이 컸다. 던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내 볼을 던질 수 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1회초 첫 타자에게 3루타를 맞았던 양현종은 "긴장된 상태라 어떻게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안타를 맞은 뒤 더 집중했다. 내가 1회 성적이 안 좋다. 고쳐야 할 점"이라고 곱씹었다. 지난해 양현종의 1회 피안타율은 3할6푼2리로 가장 높았다.
8회 팀 득점 상황을 돌아보던 양현종은 "제발 1점만 올려주길 바랐다. 1점만 내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고, 이후 어센시오가 잘 막을 거라고 믿었다. 다행히 NC의 에러로 점수를 뽑았다"면서 기뻐했다.
미국무대로 진출한 윤석민과의 추억도 떠올렸다. 양현종은 "(윤)석민이 형은 2∼3년 전부터 새 구장을 지으면 자기가 개막전 선발로 나간다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선발로 나가겠다고 말했었다"면서 "형이 오늘 경기를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형 생각이 많이 난다. 자랑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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