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17일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성환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 최초로 더블 우승(정규리그, FA컵)을 달성한 빼어난 성적과 전년 대비 10% 증가한 평균관중 9천700명의 관중 증대에 장 사장이 기여한 공로를 주주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1981년 포스코에 입사해 노무팀장, 홍보팀장, 섭외부장, 포항제철소 행정부소장을 역임했다. '자원은 유한 인재는 무한'이라는 포스코 정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자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포항 구단은 모기업 포스코의 철강경기 불황에 따른 재정악화의 유탄을 맞아 허리띠를 줄이며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데 주력했다. 결국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알찬 결실이 만들어지자 포스코 정신으로 포장해 포항의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며 홍보했다.
장 사장은 올해 초, 시즌 목표로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야기했다. 포항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정규리그, FA컵 우승을 일궈낸 황선홍 감독의 꿈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합도 맞는 듯했다. 황 감독의 외국인 선수 영입 필요성 역설에 장 사장도 동조하며, 올 시즌에는 포항도 외국인 선수를 활용해 더욱 높이 날아오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 사장은 기대와 달리 황 감독의 꿈을 돕지 않고 있다. 포항은 34명의 선수로 올 시즌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 중 30% 이상은 1~2년차로 프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다. 황 감독은 한정된 자원으로 장 사장이 목표로 내건 트레블에 도전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없던 일이 됐다.
'유한한 인재'의 한계는 18일 산둥 루넝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포항은 경기 초반 신광훈의 퇴장으로 10명으로 싸웠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 불리한 조건에서도 2-2 무승부를 이끌어내긴 했으나, 경기 종료가 됐을 때 선수들의 지친 표정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4경기를 똑같은 멤버로 돌리다보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출전 선수에 변화를 주면 되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처럼 조별리그 한 경기가 단판 승부나 다름없을 때는 선수 활용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유스팀 출신 비율을 높이며 장기적인 시선으로 구단을 운영중이라고는 하지만 적절한 즉시 전력감 영입과 조화를 이뤄야 팀 체질이 단단해지고 트레블 꿈도 꿀 수 있다. 무조건 줄이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끌고 시즌 운영을 하는 데 적잖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또 하나의 숙제를 얻었다"라며 감독 생활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시련의 하나로 돌렸지만, 그 이면에는 노장 선수를 내보내고 저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어린 선수들로 전력을 메우는 '돌려막기'의 한계에 봉착한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FC서울 등 경쟁 구단이 신구 조화를 잘 이루며 순항하는 것과 뚜렷이 비교된다.
포항의 시즌 초반 행보가 좋지 않으니 이날 산둥전 관중은 5천368명에 그쳤다. 축구도시 포항의 냉정한 팬심을 감안하면 장 사장은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고 시즌을 보내야 한다. 팀 사정을 헤아려 여름 이적 시장에서라도 목표로 한 트레블 달성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지도력을 검증받은 황 감독도 가슴을 펴고 트레블에 도전할 수 있다. 나아가 포항이 챔피언스리그에 보여주는 경기력이 K리그를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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