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 정복을 선언한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8일 울산 현대와의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이 끝나기 무섭게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위해 태국 부리람으로 향했다.
포항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대충 샤워만 마치고 곧바로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경기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항공기에 올라 6시간을 비행해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이 새벽 1시라 부리람으로 연결되는 항공편도 없었다. 국내선으로 1시간이면 이동하지만 새벽인데다 첫 비행기를 타려면 공항에서 밤을 새야 했다.
고민하던 포항은 육로를 선택했고 버스로 5시간 동안 부리람으로 이동했다. 부리람 입성이 9일 아침이었고 선수들은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한 채 피로회복 훈련에 나섰다. 시즌 초반부터 정신력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포항의 장시간 버스 이동은 익숙한 편이다. K리그에서 꽤 먼 원정인 전주(전북 현대)나 광양(전남 드래곤즈) 등은 포항에서 4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수도권 원정은 5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장거리 비행 후 심야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태국에서의 장거리 버스 이동은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무더운 기후는 포항의 또다른 적이다. 경기 당일인 11일 부리람의 최고 기온은 33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예고됐다. 경기 시간인 저녁에는 29도까지 내려가지만 날씨가 맑아 달궈진 지열을 안고 싸워야 한다. 늦겨울 날씨의 한국에 있다가 갑작스럽게 여름 날씨 속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단에는 부담스럽다.
황선홍 감독도 "개막전을 치르고 장시간 이동을 하고 기후 등으로 인한 변수가 있다"면서 더운 날씨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한 마음, 한 뜻으로 경기를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했다.
태국 원정의 어려움은 당장 지난해 챔피언스리그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FC서울이 부리람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고 전북 현대도 무앙통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더위에 후반 체력 저하로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온 결과였다.
원정에서 최소 무승부를 이끌어내면 홈 경기 승리는 큰 문제가 없다. 태국 클럽들은 유독 원정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무앙통은 전북 원정에서 0-2로 패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우라와 레즈(일본) 원정 때도 0-4, 1-4로 패했다. 부리람은 서울 원정에서 2-2로 비겼는데 경기 전 16강 진출을 확정한 서울이 상대적으로 힘을 빼고 경기에 임한 결과였을 뿐이다.
포항은 부리람전에서 승리로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 1-1 무승부, 울산과 K리그 개막전 0-1 패배로 골결정력과 공격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승리로 인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스틸타카'로 대표되는 패싱 축구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일관성은 유지되고 있다. 울산전에서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으로는 울산보다 우위였다. 볼 점유율도 54-46으로 월등하게 앞섰다. 경기력만 잘 유지해 부리람전을 승리하면 앞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황 감독은 "선제골의 의미가 클 것 같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후반 체력인데 득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재차 더위와 체력 극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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