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넬이 돌아온다.
넬은 오는 27일 새 앨범 '뉴턴즈 애플(Newton's Apple)'을 발매한다.
'뉴턴즈 애플'은 '홀딩 온투 그래비티(Holding onto Gravity)', '이스케이핑 그래피티(Escaping Gravity)' 등 '그래비티 트릴로지(Gravity Trilogy)' 시리즈를 매듭짓는 완결판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중력' 시리즈에 수록됐던 총 10곡과 아직 미발표된 신곡 11곡 등 총 21곡이 담겨있다.
넬은 지난 13일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미리 신곡을 발표하는 파격적인 행사를 열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완곡은 물론, 아직 믹싱·마스터링 등이 끝나지 않은 곡이 여럿 있었음에도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미리 앨범을 들려주고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로 한 것. 음악방송이나 콘서트 외에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넬이었던지라 이번 음악감상회는 취재진에게도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다.
"음반 작업이 끝나기 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한 김종완은 "오늘 같은 자리를 갖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느낌을 받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미리 모니터를 해보고 싶었고, 두 번째는 저희 앨범에 이런 곡들이 있다는 걸 알리면서 같은 자리에서 같이 듣고 싶었다"며 "사뭇 긴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날 넬의 김종완은 곡이 시작되기 전, 어떻게 곡을 쓰게 됐는지, 또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직접 설명하며 신곡 감상의 길잡이가 됐다. 넬이 직접 전하는 신곡 이야기가 새 앨범 발표를 앞둔 지금, 누군가에게는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전달하기를 바란다.
'판타지(Fantasy)'
요즘 기억력이 나빠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죽고 못 살던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그 당시에 행복하고 또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을 거다. 요즘은 애써서 떠올리려고 해도 그 때의 시간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는 힘들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나고 생각해보니 생각이 전혀 안 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으로 작업했다.
'침묵의 역사'
우리의 강박 같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여백이 많은 음악을 많이 작업하지만 이상하게 음반에는 담지 않게 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굉장히 기본적인 구성의 곡을 음반에 담자는 얘기를 처음부터 했다.
일렉기타와 약간의 통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로 구성된 곡이다. 70년대 사운드를 내고 싶었다. 보컬에도 효과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드럼도 평소 녹음하는 것과는 달리 단출하게 녹음을 했다. 그런 것들이 티가 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의 시도였고, 재밌게 작업했다.
지쳐있거나 힘들 때 힘들다고 직접 얘기를 못 하는 편이다. 표현을 못 하는 마음이 자꾸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상대방이 나처럼 표현을 못 해서 자꾸 다르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쓰게 된 곡이다. 보통 헤어질 때 보면 어떤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헤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정 기간 시간을 두다가 헤어지자고 통보를 하는 편이긴 한데… 여러분들은 그렇지 않았으면(웃음).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가사에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다른 제목을 생각하지 못 하겠다. 음악적으로도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다.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라는 건 4년이라는 얘긴데, 엔지니어 형이 수 백 번 그리워한 거면 너무 적게 그리워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 원래 처음에는 수 천 번이었는데 가사가 입에 안 붙어서 수 백 번으로 바꾸게 됐다.
'환생의 밤'
사람은 다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이 여기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유치하지만 뱀파이어한테 한 번 물리면 매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에 뱀파이어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노래다. 유치하지만 저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믿는다. 사람이 불멸의 완벽한 존재에게 가서 새로운, 강한 존재로 태어날 것 같은 내용을 담은 곡이다.
'뉴턴즈 애플(Newton's Apple)'
앨범 타이틀과 동명이라 고민했지만 괜찮겠다 싶어서 정했다. 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뉴턴의 사과라고 생각한다. 노래 가사 중간에 뉴턴의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내 중력은 너를 향한다는 부분이 있다. 이 곡의 주인공은 자기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들을 숨기고, 그 감정에서 도망가고 그랬던 사람인데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 너에게서 숨지 않겠다, 숨어봤자 너에게로 중력처럼 다시 끌려가게 돼 있으니까'라고 마음 먹는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너는 내 안에 가장 큰 사람이었다'는 가사로 끝난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은 실패한 거다. 어떻게든 널 지켜주겠다고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실패로 끝나는 것 같다. 사랑은 늘 완벽하지 않고,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만큼 완벽한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가사를 쓸 때 스토리텔링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쓰는 편이라 제가 써놓고 나서도 제가 이런 상태에 있구나 라는 걸 느끼는데 이 곡이 그런 대표적인 곡이었다.
'위스퍼(Whisper)'
같이 15년 정도 음악했는데 가사가 가장 짧은 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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