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준비한 대로 즐기는 것만 남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 연기가 20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시작된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전체 30명 중 3조 5번째인 17번째로 출전한다. 부담없는 중간 순서에서 연기를 일찌감치 끝내고 다음날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소치 입성 후 훈련과 휴식을 적절히 병행하며 컨디션을 잘 조정했다.
만약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면 소냐 헤니(노르웨이, 1928-1932-1936년 3연패), 카타리나 비트(구 동독, 1984-1988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올림픽을 연속 제패하는 전설 반열에 합류하게 된다. 또, 최고점 경신 여부도 관심거리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2연패 전망이 밝은 상황에서 김연아가 실수 없이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경기장 분위기 적응이 마지막 관건이다. 일단 러시아 관중의 일방적인 자국 선수 응원은 김연아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라는 신성의 탄생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와 한참 떨어진 마지막 조에 나선다.
무엇보다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연아는 평소 관중의 함성에 익숙하다. 김연아 스스로도 "자국 선수에게 보내주는 응원은 당연하다"라며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국내 대회에서 열성적인 팬들로부터 받는 압박감을 잘 견뎌왔기 때문에 무덤덤하다. 같은 아이스링크를 사용하는 쇼트트랙 경기를 관전하며 경기장 동선과 분위기도 확인했다.
문제는 빙질이다. 연기를 펼치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피겨와 쇼트트랙이 같이 열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빙판에 넘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남자 피겨 싱글 1위였던 하뉴 유즈루(일본)마저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쇼트트랙에서는 거의 한 경기 걸러 한 번꼴로 넘어지는 선수가 나오는 등 역대 최악의 빙질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피겨에서의 빙질은 기술 구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얼음조각 등이 걸려 점프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연아도 보조 링크와 메인 링크에서 꼼꼼하게 점프를 점검하며 빙질 상태 적응에 애를 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김연아가 연습 후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생각보다 빙질이 좋다"라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낯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김연아가 경험으로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김연아가 해야할 일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교과서 점프와 애절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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