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부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기세가 무섭다. 아니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천하'를 일궈내고 있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남자 5천m에서 네덜란드는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금메달 주인공은 세계 랭킹 1위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였다. 크라머는 6분10초76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에 이은 5천m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크라머에 이어 얀 블록후이센이 6분15초7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가져갔고, 동메달은 요리트 베르그스마가 6분16초66의 기록으로 차지했다. 5천m 금, 은, 동 모두 네덜란드 선수들이 차지하며 네덜란드 천하를 알렸다.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따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이승훈은 6분25초61의 기록으로 전체 12위에 머물렀다.
사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는 네덜란드의 강세가 예상됐다. 세계 랭킹에서도 네덜란드 선수들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거리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메달 석권이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반면, 단거리에서는 네덜란드의 독식을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네덜란드가 역시 강호라고 평가 받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세계랭킹 1위이자 2010 밴쿠버 대회 금메달리스 모태범이 건재했고, 나가시마 게이치로, 가토 조지 등 일본 선수들 역시 메달권 후보였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독주 체제를 형성하지 못했기에, 이번 소치 올림픽 500m는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네덜란드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오렌지 군단은 500m에서도 금, 은, 동메달을 석권했다.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열린 500m 레이스에서 미셸 뮬더가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3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얀 스메켄스는 2차 레이스에서 조금 뒤져 합계 69초32,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치며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69초46을 기록한 로날드 뮬더의 몫이었다. 모두 네덜란드 선수들이다. 장거리 5천m와 마찬가지로 단거리 500m에서도 네덜란드가 메달 싹쓸이를 한 것이다.
세계랭킹 1위 모태범은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모태범은 4위를 차지했다. 1차, 2차 합계 69초69의 기록이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지난 밴쿠버 대회 당시 금메달을 따냈던 기록 69초82보다 빨랐다. 하지만 네덜란드 3인방의 위력이 너무나 대단했다.
이승훈에 이어 모태범마저 최선을 다해 좋은 기록을 냈지만, 오렌지 군단의 기세에 밀리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오렌지 군단과 싸워야 한다. 그들의 기세를 꺾지 못한다면 메달권에 들기 어렵게 됐다. 오렌지 군단 격파가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대표선수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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