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우완투수 이대환(35)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굳은 각오와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대환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난달 15일 괌에서 시작된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이대환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 마운드의 리빌딩을 준비 중인 KIA가 신인 차명진, 김영광 등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전지훈련 명단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환은 함평에서 묵묵히 몸을 만들며 때를 기다렸다. 씁쓸한 기분일 수밖에 없었지만 훈련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대진 코치의 조언도 힘이 됐다. 이대환은 "좋은 날 있을 것이니 몸 잘 만들라고 격려해주시더라"고 이대진 코치의 격려 말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대환은 지난해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까지 LG에서 뛴 뒤 방출된 그는 KIA의 부름을 받고 선수 생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한 것. 이대진 코치와는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대환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30경기에 등판해 1승3패10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25로 쏠쏠한 성적을 거뒀지만, 1군에서는 1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올 시즌 역시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함평에서 성실히 훈련에 임한 결과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에는 입성할 수 있게 됐다. KIA 투포수조가 오키나와로 이동하는 5일, 이대환도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오키나와 캠프를 통해 올 시즌 1군 엔트리의 윤곽이 잡힌다는 점에서 이대환에게는 기회다.
이대환은 "이제 따뜻한 곳으로 가 훈련을 하니 몸 상태를 많이 끌어올릴 생각"이라며 "내가 벌써 투수조 위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후배들을 다독이는 것도 내 역할이다. 하지만 야구를 잘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차적인 목표를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전한 이대환은 조심스럽게 구체적이면서도 소박한 진짜 목표를 말했다. 이대환은 "1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승리든 홀드든, 투수가 할 수 있는 기록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대환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2005년 5승3패를 기록한 이후 승리, 세이브, 홀드 기록이 전무하다. 그 사이 현대는 히어로즈로 재창단했고, 이대환은 LG를 거쳐 KIA로 이적했지만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처음'에 해당하는 숫자 1에 의미를 두겠다는 것은 프로 데뷔 13년 째를 맞는 이대환의 굳은 의지다. 소박하지만 소중하고 의미 있는 목표다. 이대환은 "이제 글러브를 갖고 노는 아들과, 고생 많이 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구질과 컨트롤에 집중해 한 번 살아남아 보겠다"고 올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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