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두 시간 반의 장거리 이동과 피곤이 극도로 쌓인 장기 전지훈련의 막바지라는 외적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알란 풀리도에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0-4로 대패했다.
한국의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멕시코 수비진의 힘을 빼는데 집중했다. 장신의 김신욱을 이용해 공격을 시도했고 이근호와 염기훈 등이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들며 골을 노렸다.
그러나 초반 몇 차례 공격 실패는 곧 멕시코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넣어야 할 때 넣지 못하니 멕시코 수비는 적극적으로 라인을 끌어 올리며 한국의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로 파고 들었다. 한국은 멕시코를 압박하려고 몸싸움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멕시코는 여유가 있었다. 흐름을 보며 한국의 힘이 떨어지기를 바랐다. 인내를 갖고 기다리니 멕시코에 여유가 왔다. 한국이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다 공간을 내준 것을 잊지 않고 파고 들었다. 수비수를 공간 깊숙이 유도하며 간격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첫 실점 장면이 그랬다. 전반 36분 왼쪽 측면에서 미구엘 폰세가 볼을 잡는 순간 그의 앞에는 박진포 홀로 있었다. 수비들은 모두 페널티지역 안에 모여 있었다. 폰세는 박진포의 압박이 헐거워지자 자신있게 낮고 빠르게 패스를 했고 강민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튕기면서 오리베 페랄타의 골로 이어졌다.
45분 역시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됐다. 이 과정에서 골키퍼 김승규는 무리하게 볼을 잡으려 골문을 비우고 나오다가 실점했다. 수비를 믿고 제자리를 지켰다면 실점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장면이라 더더욱 아쉬웠다.
공격 주도권을 내준 뒤 한국의 피로감은 극대화 됐다. 후반 선수 교체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김신욱이 벤치로 물러난 뒤 단순한 가로지르기를 통한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패스도 정확하지 못해 가로채기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중간에서 차단 당하는 볼은 당연히 실점의 빌미가 됐다.
경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체를 조율해주는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수의 선수 교체를 해 호흡이 맞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전체의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선수 평가를 하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점수가 더 벌어진 뒤에는 집중력이 상실되면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옥석고르기를 하는 평가전이라 다행이었다. 월드컵 본선이었다면 엄청난 비판의 파도에 휩쓸릴 뻔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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