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68) 감독은 가는 곳마다 마법을 일으키며 존경을 받고 있다. 호주 대표팀과 함께 2006 독일월드컵 16강을 이끌었고 러시아 대표팀을 맡아서는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4강을 제조했다.
당연히 히딩크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한국 축구사(史)에서 히딩크를 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저한 상대 분석과 절묘한 전략이 곁들여져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히딩크도 한일월드컵 이후 자주 한국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딴 시각장애인를 위한 드림필드 사업에 나서는 등 애정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현 축구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의 집도로 서울 제이에스병원에서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다음날에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병문안을 받았다. 이날 홍 감독은 러시아의 경기와 지난해 11월 한국-스위스의 평가전 동영상을 가지고 가 히딩크의 조언을 들었다.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H조에 속해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경기를 치른다. 16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삼았고 사상 최초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최종 도전 과제로 삼았다. 이날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집중력이 부족하다"라며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브라질월드컵에 히딩크의 생각을 자세히 듣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 히딩크 감독은 12일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주최한 오찬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김태영 대표팀 코치를 비롯해 유상철, 윤정환, 이영표, 이을용, 송종국, 최진철 등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어 구사가 괜찮은 이영표에게 맡기는 등 특유의 재치는 여전했다. 그렇지만 홍명보호의 브라질 월드컵 조언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쉬운 조에 포함됐다는 생각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알제리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며 뼈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환경 적응은 필수다. 그는 "고온다습한 브라질의 기후에 잘 적응하고 체력적인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2002 한일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컨디션을 월드컵에 맞춰야 한다"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월드컵이라는 무게감에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도 월드컵은 축구 인생에 몇 경기 밖에 안 되는 중요한 무대다. 그래서 긴장을 할 수 있다. 최대한 공격적으로 나서 강점을 발휘하도록 해야한다"라고 답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1월 당시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던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홍 감독은 내가 안지에 있을 때 6개월 동안 나와 함께 했다. 홍 감독은 충분히 경험을 쌓았고 국제무대 경험도 풍부할 정도로 영리함도 갖췄다.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 "조언은 조언에 그칠 뿐이다. 월드컵은 모두 홍 감독에게 맡겨졌다. 홍 감독이나 김태영 코치 모두 능력이 있는 지도자들이다. 스스로 잘 할 것이다"라며 제자들을 믿는다고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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