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천재 해커 이두희의 '더 지니어스2' 탈락 후폭풍이 거세다. 결과보다 이두희의 탈락 과정이 문제였다. 정정당당한 승부와 두뇌 싸움은 사라졌고, 방송인들의 '친목질' 앞에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시청자들의 이유있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두희는 지난 11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 tvN '더 지니어스 시즌2: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에서 최종 탈락했다.
이두희는 메인매치인 '독점게임'과 데스매치 '암전게임'을 치르며 연이은 배신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반전은 없었다. 제작진은 "배신과 신뢰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시사점을 남겼지만, 시청자들은 게임의 본질은 사라지고 친목과 연합에 의존하는 행태에 아쉬움과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두희는 메인매치인 '독점게임' 도중 자신의 신분증을 분실했다. 이날 진행된 '독점게임'은 카드교환을 통해 8가지 자원 중 한가지를 독점하는 게임으로, 카드교환을 위해서는 꼭 신분증이 필요했던 것. 은지원과 조유영이 신분증을 숨겼고, 이두희는 게임 시작도 전에 철저하게 배척 당했다. 홍진호와 전략을 짰지만, 게임에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결국 이두희는 게임에서 아무 활약도 하지 못한 채 탈락 후보가 됐다.
물론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이상민은 강력한 우승후보인 홍진호를 제거할 속셈으로 이두희에게 자신이 찾은 '불멸의 징표'를 줄 테니 데스매치 상대로 홍진호를 지목하고 불멸의 징표를 제시한 다음 임요환을 지목하라는 거래를 제안했다.
이두희는 이를 받아들이고 불멸의 징표를 받았지만 약속과 달리 자신의 신분증을 숨긴 조유영을 데스매치 상대자로 지목하며 반전을 꾀했다. 그 후 이상민이 준 불멸의 징표를 제시하며 자신 대신에 노홍철을 데스매치로 보내려고 했으나 이상민이 건넨 징표는 가짜였다.
데스매치 '암전게임'에서 조유영과 대결을 펼치게 된 이두희는 자신의 신분증을 숨기고 크게 미안해했던 은지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은지원은 이두희와의 약속을 어기고 조유영을 선택했다. 이두희는 "진짜 화가 난다"며 분노했고,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히며 퇴장했다.
'지니어스2'는 생존을 위한 배신이 통용되며, 시즌1부터 출연자 간의 배신은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송이 유독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이미 수차례 지적돼 왔던 '방송인 연합'의 친목질이 극에 달했다. 게임의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연합을 맺는데 안달났다.
은지원과 조유영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숨겼고, 이두희는 철저히 게임에서 배제됐다. 이두희는 답답한 마음에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두희와 전략을 짜던 홍진호 역시 손발이 묶였다. 방송인 연합에서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은지원은 게임이 끝날 즈음 신분증을 돌려주며 "돌려주고 했는데 이 상황이 재미있어서 그랬다"고 변명하며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메인메치와 데스매치 모두 '팀플'이 중요시 되는 게임이었다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데스매치에서 이두희가 기사회생할 방법은 없었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은지원에게 승부수를 걸었지만, 은지원은 조유영의 편에 섰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배신을 당했다. 그래도 사람을 믿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퇴장하는 이두희의 모습은 씁쓸했다.
제작진은 "배신과 신뢰는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배신은 곧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의 결과일 수 있다"고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명분 없는 설득'이라며 오히려 반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인 연합은 게임과 상관없이 '절대 권력'이 됐다. 마술사 이은결과 변호사 임윤선, 그리고 천재 프로그래머 이두희가 차례로 탈락하는 과정이 모두 방송인 연합이 똘똘 뭉치면서 생긴 결과였다.
물론 그들이 연합을 형성한 이유도 있다. 실질적인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민은 우승후보인 홍진호와 임요환이 더 강력한 힘을 갖기 전에 탈락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방송인 연합의 사석 만남을 거론하며 오히려 소수를 '절대권력'으로 밀어부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고 있다. 이 지점이 시청자들의 화를 돋구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게임보다는 '꼼수'에 치중하는 이상민과 노홍철, 조유영, 은지원은 비호감으로 전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홍진호와 임요환, 이두희 등이 제대로 활약할 게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6회 방송에서는 메인메치와 데스매치 모두 출연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팀플'로 운용되는 게임이었기에 애초부터 '반전'을 만들 기회를 앗았다. 지난 시즌1에서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했던 홍진호의 뛰어난 지략과 두뇌를 볼 기회도 없었고, '제2의 홍진호'가 탄생할 기회도 없었다. 게임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방송인 연합의 덩치는 계속 커지고, 비방송인들은 소수정예팀이 됐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려는 자들은 무릎을 꿇고, 모략과 배신을 꾀한 이들은 또 살아남았다.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한 '더지니어스2'의 쓴 현실이다. 이 불편한 게임 속에서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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