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용훈에게 지난해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당찬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2013년을 맞았다. 2012시즌 팀 마운드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던 뒤라 기대감이 높았다.
2012시즌 이용훈은 25경기에 나와 8승 5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지난 2000년(33경기 출전, 9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3)이후 두 번째로 많은 승수와 출전 경기수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용훈은 내심 아쉬웠다. 어깨 건초염 때문에 전반기 활약에 견줘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때는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TV 중계로 지켜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이용훈은 그 해 정규시즌에서 구멍난 롯데 선발진을 잘 메웠다. 당시 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양승호 전 감독도 "(이)용훈이가 있었기 때문에 순위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고 했다.
양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도 이용훈에 대해 기대를 걸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4, 5선발 후보로 이용훈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용훈도 더욱 자신감을 갖고 2013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1월 스프링캠프에서 러닝 도중 덜컥 부상을 당했다. 조기 귀국한 그는 퓨처스(2군) 선수들이 있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재활을 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고 부상 회복은 더뎠다. 결국 이용훈은 지난해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퓨처스에서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7경기에 나와 3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을 뿐이다. 롯데도 시즌 내내 마땅한 4, 5선발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롯데는 '가을 야구'에 나가지 못했는데 구멍난 선발진이 주요 원인들 중 하나로 꼽혔다.
이용훈으로서는 의욕이 앞섰고 급한 마음을 먹었던 게 오히려 재활에 걸림돌이 됐다. 시즌이 끝난 뒤 이용훈은 내심 불안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훈은 재계약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 시즌을 통째로 건너 뛰어버렸다"면서 "솔직히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1977년생인 그는 롯데 투수들 중 최고참이다. 베테랑이지만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었기 때문에 팀 내 입지는 훨씬 좁아졌다. 이용훈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한 시즌 더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이용훈은 최근 필리핀에 다녀왔다. 휴식기를 맞아 가족들과 오붓하게 휴가를 보낸 건 아니다. KIA 타이거즈에서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새로운 팀을 찾고 있는 최향남과 함께 개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용훈은 "(최)향남이 형이 '따뜻한 곳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오는 게 어떻냐'고 물어봤다"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귀국했다. 이용훈은 "올 시즌 팀 마운드는 부쩍 강해졌다"며 "군에서 제대한 장원준도 합류했다. 선발 전력은 다른 팀들과 견줘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훈 입장에서는 더 치열해진 팀 내 경쟁을 의미한다. 그는 "선발이든 중간이든 보직은 상관없다. 만약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역할에 맞게 꼭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용훈은 "현재 우선 목표는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오는 6일 실시되는 팀 자체 체력 테스트 준비를 하고 있다. 프로야구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자신은 있다. 후배들과 견줘 체력적으로도 밀리지 않는다. 이용훈은 "다시 꼭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용훈이 마지막으로 1군에 등판했던 때는 지난 2012년 9월 6일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당시 그는 1.2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진 한 개를 잡았지만 2실점(2자책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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