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연이어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브라운관을 누볐던 배우 김영애가 영화 '변호인'을 통해선 우리네 어머니의 얼굴로 분했다. MBC '메디컬탑팀'과 '해를 품은 달' '로열패밀리' 등에서 선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였지만, 이번에도 그의 열연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깊숙히 파고들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이야기다.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송우석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극 중 김영애는 국밥집 주인 최순애 역을 맡아 진우 역의 임시완과 모자(母子) 호흡을 맞췄다. 순애는 부림사건의 피해자로 모진 고문을 당한 아들 진우를 찾아 절절히 헤매는 인물.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송우석으로 하여금 시대의 흐름에 눈을 뜨게 만드는 중요한 캐릭터다.
영화가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영애를 만났다. 김영애는 영화 '변호인'을 택한 이유부터 영화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 예순을 넘은 나이에도 시들지 않는 연기 열정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풀어놨다. "연기를 할 때마다 매번 처음인 느낌이 든다. 연애를 할 때마다 설레는 감정과도 같을 것"이라는 말에선 만 62세 여배우에게서 기대하지 못한 뜨거운 열망이 느껴졌다.
이날 김영애는 '변호인'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고 답했다. "'황진이'부터 '로열패밀리' '해를 품은 달' '메디컬탑팀' 등 조금씩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게 흐르는 게 있었다"고 입을 연 그는 "강하고 힘 있고 카리스마 있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내 안에 있는 다른 걸 누군가가 깨워주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배우들이 똑같을 것"이라고 내다본 김영애는 "매 작품에 폐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착한 일을 해놓고 칭찬을 기다리는 것 같은 단순한 욕심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 연기자인 그지만, 내면엔 상상 못한 욕심이 여전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괜찮다'라는 생각보단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훨씬 많다는 것. 김영애는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80%"라며 "'저건 좀 잘 했네' 하는 건 5% 정도 뿐"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단점만 눈에 띈다"며 "연기를 할 때는 쉴 때 잠깐 딴 짓을 하면 금방 다른 얼굴이 돼버린다"며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정말 칭찬 받고 싶고, 정말 좋은 연기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인 김영애에게서 어느 신인 배우들에게서도 발견하지 못한 진지한 욕심이 엿보였다.
인터뷰를 통해 김영애가 기억하는 1980년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20대부터 가장이었던 나는 그 당시 먹고 사느라 바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먹여살릴 사람이 많아서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을 울린 부분이 있었다"며 "과연 나는 내 식구들 외에 무엇을 위해서 나를 던진 적이 있었나에 대한 물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변호인'은 어떤 개인을 이야기했다기보다,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공식 개봉한 '변호인'은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이하 일문일답
-여전히 아름답다. 미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들여 머리와 헤어를 해서 그렇다. 아침에 자고 일어난 모습을 보면 '이게 나지' 싶다.(웃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인터뷰 시기를 일주일 늦췄다. 건강은 돌아왔는지 궁금하다.
"일주일 간 아무것도 안하고 지냈다. 1년 만에 제일 오동통해졌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한 적이 없는데, 30분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메디컬탑팀'과 독립 영화 '현기증'을 촬영하며 말할 수 없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병원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위기감을느꼈다.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사는 게 딱 '적당히'가 안된다. 작품에 욕심을 내 '현기증'이라는 예술영화를 했다. 2억 원 예산의 영화를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내가 언제 이런 시나리오를 받을까 했었기 때문이었다."
-쉼 없는 활동에 가족들이 건강을 걱정할 법도 하다.
"걱정한다. 특히 '현기증'을 하고나서 우울증에 한 달 동안 힘들었다. 나도 힘들었지만 옆사람을 너무 힘들게 했다. 앞으론 절대 그렇게 불행한 역을 하지말자고 다짐했다. 망상장애를 겪는 엄마 역이었는데, 연기라고 인식을 못하고 자기 일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변호인' 역시 힘든 배역이었을텐데.
"적은 돈을 주지 않아서인지 별로 쉬운 역을 안시키더라.(웃음) 제가 한건 별로 쉬운 게 없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변호인'은 세고 강한 이미지를 탈피하려 출연했다. 과거에도 몸빼를 입는 배역을 많이 했었는데, 한 배역의 인상이 강하게 남으면 쭉 그 이미지로만 기억하시더라. 내 안에 있는 다른 걸 누군가가 깨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현기증'의 경우 가장 김영애와 비슷한 역할이어서, '변호인'은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출연했다."
-정기훈 감독의 영화 '애자'에서도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애자' 역시 좋았다. 재밌었다. 사람에겐 양면성이 아닌 다면성이 있다. 특히 저는 그렇다. 내 성격을 물으면 한 마디로 답을 못하겠더라. 내성적인데도 외향적이고 질기고 강한 면도 있다. 모든 인물에 내가 조금씩 다 들어가있다. 얼마나 많이 들어있고 적게 있는지가 다른거다. 어느 감독이든 지금까지 보여지지 않았던 것을 끄집어내 준 것은 정말 감사하다."
-'변호인' 공개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신인인 임시완의 감정을 만들어준 것도 김영애인 셈인데.
"변호인에서 순애 역은 크지 않지만 중요한 인물이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그렇다. 영화 전체에 폐가 안되길 바라며 연기했다. 어떤 작품이든 늘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다.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착한 일을 해놓고 칭찬받으면 좋은 그런 기분이고, 단순한 욕심이다. 이번에 보고 놀란 건 어쩜 그렇게 연기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였다. 중국집 자장면 배달하는 친구부터 아파트를 파는 짝짝이 눈 아주머니까지, 깜짝 놀랐다. 다시 한 번 정신을 바 차리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누가 칭찬을 많이 해줬나?
"내가 아는 모든 분들, 일 년에 한두번 연락하는 분들도 영화를 보고 문자나 전화를 해줬다. 덕분에 오랜만에 통화한 분들이 많았다. 이해한다. 어떤 느낌인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데,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화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까. 너무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 분들 중엔 보수적인 분도 있고 진보적 사고를 가진 분들도 있다. 저는 제가 중도라고 생각하는데(웃음), 한결같이 연락을 주신 분들이 '영화 너무 잘 봤다'고 하시더라. 좋은 영화였다고 말해줬다."
-자칫 뻔할 있는 오열 연기에도 진한 느낌이 있었다.
"진우를 면회하는 장면에서는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 있었다. 너무 기가 막히면 눈물이 안 나오지 않나. 울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연기하다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때는 눈물이 안 나더라. 너무 억장이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속상했던 장면이 있었다. 아들이 끌려나가고 나서 순애의 느낌이 얼굴에 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서 속상했다. '어떻게 저 얼굴밖에 안나오나' 싶더라."
-그렇게 오래 연기를 했는데도 본인의 연기를 보며 아쉽다는 생각이 있나?
"너무 많다. '괜찮다'보다 '아쉽다'가 80%다. '저건 좀 잘 했네' 하는 건 5% 정도 뿐이다. 단점만 눈에 띈다. 연기를 할 때는 쉴 때조차 딴 짓을 하면 금방 다른 얼굴이 돼버린다. 법정신을 순서대로 찍을 수밖에 없어 7~8일을 찍었다. 하루 종일 어떨 때는 두 커트, 어떨 때는 세 커트를 찍었는데 지루했다. 혼자 대기실에서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해서 누가 가져다 준 이창래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영화 속 몇 장면에서 내가 다른 열굴을 하고 있더라. 재촬영을 하고싶다고 했는데 안된다고 하고, 그때 다시 느꼈다. 촬영 가서 딴 짓을 하면 안된다고. 정말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정말 칭찬받고 싶고 정말 좋은 연기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아니다. 안 그렇다. 할 때마다 힘들다. 그 인물이 내 손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그 불안함과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집에서 군것질을 잘 안 하고, 과자를 잘 안먹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시골 촬영지에서 유통기한도 모를 과자를 사서 먹고 있다. 그래서 이제 미리 사 간다.(웃음)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과 초조 때문인 것 같다. '맛동산'을 한 통 금방 먹어버릴 정도다. 화장실도 자주 들락거리고. 잘 못하면 어떡하나 불안해서다. 늘 연기를 새로 하는, 처음 하는 느낌이다. 연애를 할 때마다 설레지 않나. 그런 느낌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도 힘들게 한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하다. 연기를 놀이처럼 하는,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어느 순간은 즐기기도 하는데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변호인'의 오달수가 부러웠다. 어떻게 긴장을 안하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더라. 엄청 긴장한다고 답했는데, 너무 편안해보여서 부러웠다."
-드라마 '황진이' 때 자기 신이 아닌데도 추위 속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호흡했다고 들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연기자가 마찬가지인 마음일 것이다.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정말 힘들지 않나. 이 나이에 나는 감사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았다. 스태프들 역시 영화와 드라마가 좋아서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고생하는만큼 대가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주려고) 먹을 것을 잘 가지고 다닌다."
-송강호와는 첫 호흡이었다.
"굉장히 많이 긴장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와 해서 내가 망신당하면 어쩌나 싶었다. 송강호는 '최고의 배우' 아니냐. 워낙 훌륭한 배우라 긴장했는데 정말 편하게 잘 받아줬다. 내가 편안하게 긴장을 안하고 몰두할 수 있었다면 송강호의 덕이었다. 첫 촬영이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울고불고 하는 장면이었다. 눈을 보고 연기해야 하는데, 그게 첫 촬영 장면이었다. 어떨 때는 눈을 똑바로 보면 대사를 까먹을 때도 있는데, (첫 촬영부터) 왜 이렇게 잡았냐고 영화사에 뭐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그 장면의 모든 배우들이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면회 장면이 두 번째였다. 국밥집 장면을 그때쯤 찍었다면 좋았을텐데. 많이 부담스러웠다. 앉아있지도 못하다 연기했다."
-제작보고회 때 송강호가 임시완을 혼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송강호는 이후 인터뷰에서 당시에 대해 '김영애 선생님이 없을 때 혼냈는데 어떻게 알고 계시지?' 하고 손에 땀이 났었다고 말하더라.
"송강호가 임시완을 정말 열심히 챙겼다. 나라면 내 것이 깨져 그렇게는 잘 못한다. 정말 잘 해주더라. (임시완이) 그런 선배를 만난다는 건 정말 최고의 행운이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와 호흡하고 있으면 참 좋다. 송강호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끼리, (소위) 업자끼리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 잘 해도 말은 하지 않는데, 송강호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다."
-한 쪽에선 베테랑 송강호와, 다른 쪽에선 신인 임시완과 각각 호흡해야 했다.
"임시완에게 송강호 같은 연기를 기대한다면 무리다. 각자 나름대로 제 몫이 있다. 시완이는 그 정도면 무난히 했다고 생각한다. 높이 사는 점은 정말 최선을 다한게 보였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눈에서 아쉬운 면이 설사 있다 해도 ,그 정도면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영애라면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나이에 배우로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겠나. 하지만 임시완은 신인이니 달랐다."
-영화가 여러 이유로 굉장히 흥행하고 있다. 1980년대 당시 김영애의 삶은 어땠나?
"그 당시, 난 먹고 사느라 바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20대 초반부터 가장이었다. 먹여살릴 사람이 많아서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사업을 하겠다 생각한 건 배우 일을 근사하게 우아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돈을 벌어서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으려고. 그 때는 정말 살기가 힘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을 울린 부분이 있었다. 과연 나는 내 식구들 외에 무엇을 위해서 나를 던진 적이 있었나 싶더라. 그게 묵직하게 와 닿았다. 어느 개인을 이야기했다기보다 누군가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 자체만으로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어느 말이든 나올 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그보다 더 많고 심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웃음) 영화를 본 개인의 감상은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논란 때문에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갈려서 마음이 아프더라. 영화 자체만으로, 작품성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언론 시사 때 영화를 처음 봤다. 1차 편집 후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완성본을 보니) 감독님이 너무 사랑스럽더라.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고 안아줬다."
-차기작은 부지영 감독의 '카트'다.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인데, 차기작 역시 사회 비판적 시각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2014년 1월에 촬영에 들어간다. 제 뜻과 상관없이 그렇게(사회적 의식이 엿보이는 작품을 하게) 됐다. '개념있는 배우'라는 평도 있는데,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내 일을 열심히 했고 열심히 살았다. (앞서 언급했듯) '나와 내 가족 외에 어떤 걸 위해서 나를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돌아보며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명필름이라는 영화사를 믿고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영화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변호인'을 통해 하게 됐다. TV보다 영화에서 보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카트'가 들어왔다. 그래서 선택했다. 그렇게 (사회적 문제 의식으로) 나설만큼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다. 사업을 하다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지 못한 것, 나 하나에 몇백 명의 생활이 달려있다는 생각에 사업을 그만둘 수 없었을 때 사회적 의식을 처음으로 경험했었다."
-'도둑들'의 김해숙이 멜로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멜로에 대한 욕심은 없나?
"멜로 좋다. 철이 안들어서 60세를 넘기고도 19세 감성 이상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떤 걸 하고 싶다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좋은 작품 안에서 보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 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운이 좋다. 연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살림을 잘하지도 못하고 요리도 못한다. 좋은 엄마 노릇도 못했다. 배우를 안하면 쓸모가 별로 없다. 타고나기를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게 태어난 것 같다. 어딘가에 몰두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배우가 됐다는 것이 최고의 행운이라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 일을 잘 못하면 안 된다. 잘 해야 하고, 잘 하고 싶다. 잘 해야 누군가 나를 선택할 것 아니냐. '적당히'는 세상에 절대로 없다. 죽기살기로 했을 때, 성과가 있다면 그건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해도 성과가, 열매가 없을 수 있다. 미쳐서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모르겠다. 천재라면 적당히 해도 되나?(웃음)"
-'변호인'은 김영애가 미쳐서 연기한 작품인 셈인가.
"연기할 떄는 늘 미쳐서 하려고 한다. '변호인'에선 김영애 안에 완전히 다른 인물인 순애가 들어와야 한다. 어떤 작품이든 내가 하는 작품은 최선을 다한다. 그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구닥다리'라거나 '저 사람 이제 그만해야한다'는 말을 들을까 늘 무섭다. 이렇게 철이 안 든 채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날 필요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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