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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도박, 미스터리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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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문화와 다른 감독 경질 배경…"김진욱은 두산의 외로운 섬"

[김형태기자] 두산의 갑작스런 감독 경질 소식은 야구게를 뒤흔들고 있다. "세밀한 전략가가 필요했다"는 구단의 설명에도 의구심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두산은 왜 초강수를 둬야 했을까. 몇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두산스럽지' 않았다

야구팀은 모기업 문화를 닮기 마련이다. 그룹 홍보의 최일선에 있는 야구팀, 특히 프런트는 그룹의 DNA가 그대로 이식된 조직이다. 두산그룹은 전통적으로 '인화'를 중시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말처럼 인적 자원의 소중함을 강조해왔다. 두산은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을 쉽게 내치지 않는 조직 문화를 자랑한다. 실제로 20년 근속상을 받은 프런트 직원이 있을 만큼 의리로 뭉쳤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1982년 창단한 뒤 초대 김영덕 감독부터 27일 경질된 김진욱 감독까지 두산 감독직을 거쳐간 인물은 모두 8명. 평균 재임기간이 4년이다. '감독 목숨이 파리 목숨'인 프로야구단에선 보기 드문 경우로 꼽힌다. 특히 1994년 9월 임명된 김인식 감독은 무려 10년간 장수했고, 뒤를 이은 김경문(현 NC) 감독도 7년간 사령탑을 맡았다. 김인식 감독의 경우 1995년과 2001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업적을 냈다지만 김경문 감독은 우승 경력이 없어도 오랜 기간 감독직을 유지했다.

그러나 두산은 김진욱 감독에게만은 유독 냉정한 잣대를 댔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거둔 감독을 한국시리즈 종료 뒤 한달도 지나지 않아 경질한 것이다. 구단 주위에서는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큰 경기에서 전략적으로 선수단 운용을 할 인물이 필요했다"는 구단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프런트와 현장의 불화설이 원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큰 탈 없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함께 가는' 조직 문화를 거스르면서까지 전격적으로 감독을 갈아치워야만 했을 속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김진욱은 외로운 섬이었다"

지난 2011년 시즌 뒤 두산은 김진욱 당시 1군 불펜코치를 8대 감독으로 임명했다. 당시만 해도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오랜 경쟁체제에 지친 선수단을 추스르기에 적임자라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취임 당시 김 감독은 "단기 성적보다는 오랫동안 강호로 군림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욱 체제의 두산은 프런트와 현장의 업무가 분리된 '협업 시스템'이었다. 프런트가 코치진 및 선수단 구성을 전담하면 현장에선 주어진 선수단을 추스리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역할이었다.

'프런트 야구'라는 일각의 불만어린 시각에도 불구하고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질 경우 잘못되면 구단 운영의 틀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린 조치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진행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특히 김 감독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의 뜻대로 팀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 불만이 쌓였다는 후문이다. 새로 영입된 코치나 선수가 발표될 때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선수단 내에서도 그는 외로운 존재였다. 감독 부임 뒤 수석코치로 임명된 이토 쓰토무 현 일본 지바 롯데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고, 일부 고참선수들과도 원만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토의 경우 수석 코치 부임 초기부터 권위적이고, 팀에 융화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은 반면 일부 고참들은 김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한 냉소가 주를 이뤘다. 김 감독은 이 과정에서 몇 차례의 1-2군 선수 이동 및 주장 교체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감독은 구단 내에서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었다.

◆성과 냈는데 왜?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부임 첫해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뒤로 하고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직전까지 가는 성과를 거뒀다. '가을 야구가 목표'인 구단이 하나둘이 아닌 상황에서 이런 결과는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구단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다. 특히 이길 수 있었던 고비를 계속해서 넘지 못하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룹 회장단이 연일 야구장을 찾아 힘들 실어준 한국시리즈에서도 3승1패 뒤 맥없이 3연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모든 것을 백지에서 평가하기 시작했다. 두산 그룹에서는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그룹 회장,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베어스 구단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진원 두산 사장 등이 한국시리즈 기간 야구장을 찾아 큰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음 시즌을 대비한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두산의 선수단 솎아내기 작업이 최종적으로 선을 긋게 된 요인이라는 말도 있다. 김 감독이 마무리캠프를 위해 일본에 머무는 사이 프런트가 선수단 정리 작업을 전담하면서 김 감독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김 감독은 감독 부임 당시처럼 아무도 예상 못한 방식으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김 감독은 사람은 좋지만 고집이 세고, 한 번 틀어진 사람과는 다신 안 보는 성향도 있다.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로 구단 안팎에서 자신의 우군을 만들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는 말도 나온다.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격동의 연속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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