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같은 인천 계양체육관을 홈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함깨 천안을 공동 연고지로 사용했다가 2009-10시즌을 앞두고 인천으로 이동했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은 연고지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두 팀은 다른 팀들과 견줘 유독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많이 하고 있다. 축구나 농구와 달리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배구는 5세트까지 갈 경우 경기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흥국생명은 23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맞대결에서 진기록 하나를 세울 뻔했다. 흥국생명은 앞선 1라운드 5경기에서 4차례나 5세트까지 치렀다. 개막전이던 지난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 인삼공사전(1-3 패)을 제외하면 내리 4경기 연속으로 5세트 경기를 했다. 1라운드에서 팀이 소화한 세트는 모두 24세트였다.
선수들이 뛴 세트 수만 놓고 보면 흥국생명이 단연 앞선다. 흥국생명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KGC 인삼공사의 경우 4경기를 치르는 동안 13세트만 소화했다. 이날도 흥국생명은 5세트까지 갈 위기에 몰렸었다. 2-1로 앞선 가운데 4세트에서 16-20까지 리드를 당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팀은 추격을 시작했고 박성희, 바실레바(불가리아)를 앞세워 역전에 성공, 기어코 승부를 4세트에서 마무리했다.
이날 도로공사전이 끝난 뒤 흥국생명 류화석 감독은 "무엇보다 5경기 연속으로 5세트 승부를 피했고 또한 경기도 승리를 거둬 정말 기쁘다"고 했다. 류 감독은 "현대건설전에 이어 세터 조송화의 토스 배분이 좋아졌다. 어깨가 아픈 가운데서도 경기에 집중하고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니콜(미국)이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돌아온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에게 덜미를 잡혀 지난 20일 IBK 기업은행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은 "5세트까지 끌고 갔다면 우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면서 "경기에 졌기 때문에 핑계일 수 있겠지만 오늘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리듬이 떨어진 채 경기를 치렀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서 감독은 "4세트에서 앞서고 있었는데 서브 리시브 하나가 흔들리면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줬다"며 "선수들이 너무 조급한 마음을 먹었던 게 패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도로공사는 20-17로 앞선 상황에서 흥국생명 조영은이 시도한 서브에서 황민경의 리시브가 흔들렸다. 세터 차희선이 이를 김선영에게 연결했지만 공격이 아웃되면서 실점했다. 이 때부터 흥국생명이 추격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도로공사는 결국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허용했다.
한편 라운드 별 풀세트 경기 횟수 기록은 남자부 대한항공이 계속 갖고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1-12시즌 2라운드에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5차례나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당시 대한한공은 드림식스(현 우리카드)를 상대로만 4세트 승부(3-1 승)를 했고 나머지 5경기에서 모두 5세트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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