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FC서울의 몰리나가 최근 비난의 중심에 섰다.
지난 9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경기에서 몰리나는 이해할 수 없는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파괴력 있고 날카로웠던 몰리나가 아니었다. 몰리나는 극도의 부진으로 전혀 제 몫을 못했다. 전매특허인 왼발도 힘을 잃었다. 특히나 코너킥 키커로 나서 연이어 실축하는 모습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서울은 광저우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홈에서 2-2 무승부를 거둔 서울이기에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우승컵을 광저우로 넘겨줘야만 했다. 서울의 우승이 좌절되자 많은 비난의 화살이 몰리나를 향했다. 몰리나의 부진으로 인해 서울의 우승컵이 좌절됐다며 몰리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몰리나는 경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좌절됐지만 서울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K리그 클래식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리그 4위를 유지해야 한다.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재정비해 다시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힘을 발휘해야 했다.
17일 인천과의 경기가 서울의 새로운 도전의 첫 무대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나고 인천전을 치르기까지 서울은 준우승의 쓰라림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다. 최용수 감독과 서울 선수단 모두 '멘붕'이 올 정도로 후유증은 컸지만 하나 된 마음으로 극복하려 했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이는 몰리나다. 몰리나가 가장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위기의 선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이런 몰리나를 향해 최용수 감독은 어떤 이야기, 충고, 조언을 했을까. 최용수 감독은 '침묵'했다. 준우승 이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관한 이야기를 단 한 마디도 몰리나에 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침묵으로 몰리나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결승전에서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 한 경기로 인해 몰리나를 다그치거나,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몰리나는 그동안 서울의 많은 영광과 함께 했다. 단 한 경기로 그를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최 감독은 여전히 신뢰했다. 침묵으로 몰리나에게 믿음을 준 것이다.
인천전이 열리기 전 만난 최 감독은 "나는 1~2경기를 보고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몰리나가 결승전에서 왜 그런 플레이를 했는지, 경기에 대해서는 일체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몰리나는 3년 전부터 서울에 많은 보탬이 된 선수다. 큰 역할을 해낸 선수다. 주변에서 몰리나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본인이 더 마음 아파하고 있을 것"이라며 몰리나를 향한 신뢰를 침묵으로 대신했다고 전했다.
때로는 어떤 말보다, 아무 말도 없는 것이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어떤 말보다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에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최 감독이 몰리나에 침묵한 이유다.
몰리나는 최 감독의 이런 믿음에 보답했다. 몰리나는 인천전에서 서울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에스쿠데로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골을 성공시켰다. 멋진 골이었다. 이 골로 몰리나는 최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고, 경기력 논란을 떨쳐냈다.
서울은 인천과 2-2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몰리나가 다시 부활을 알렸다. 몰리나가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최 감독의 선수를 향한 믿음이 힘을 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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