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당연히 만족할 수 없다."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의 올 시즌 자신에 대한 평가다. 강정호는 올 시즌 126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1리 22홈런 96타점 15도루를 기록했다.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근사치의 성적을 냈다. 타점도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가을 야구'에서는 한마디로 죽을 쒔다.
강정호는 두산 베어스와 치른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에 모두 출전해 22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6리에 그쳤다. 타점은 단 한 개도 없었고 1도루에 그쳤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뚝 떨어진 강정호의 타격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 시리즈 도중 타순 조정까지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넥센은 두산에게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밀려 탈락했고 부진했던 강정호에게 비난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강정호도 변명은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지만 정작 가을 야구에서는 한 게 없었다. 팀의 탈락에 자기 책임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 컵에서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 순 없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고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들어갔지만 강정호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묵묵히 내년 시즌 준비를 할 뿐이다. 그런데 강정호는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조금 일찍 몸을 만들기로 했다.
넥센 선수들은 준플레이오프 일정이 끝나자 일본 가고시마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2군 선수들은 강진에 남아 구슬땀을 흘렸다. 강정호 등 주전급 선수들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다른 선수들과 견줘 일주일 먼저 움직였다. 국내에 남은 선수들은 지난 11일부터 목동구장에 나와 자율훈련을 시작했다. 강정호는 이들보다 일찍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강정호는 "쉰다고 해서 딱히 할 일도 없다"며 "어쩌면 지금 이 기간이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가장 중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는 해외 전지훈련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나면 금방 3월이다. 시범경기를 뛰면 다시 새 시즌이 개막된다.
기간이 아직 충분한 것 같지만 어찌보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다. 강정호는 "휴식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체력 보강을 해야 스프링캠프를 잘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강정호는 자율훈련 기간 동안 하체 근력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의 꼼꼼한 보살핌 속에 단련 중이다. 그는 "올 시즌은 타격이나 주루 모두 기대를 했던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서 "역시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부진도 따지고 보면 체력 저하 때문이다. 힘이 빠지다 보니 마음만 앞섰고 몸이 따라오지 못했다. 강정호는 구체적인 숫자를 잘 밝히진 않는다. 하지만 내심 2014시즌에는 홈런 숫자를 좀 더 늘릴 생각이다.
강정호는 2012시즌 25홈런을 쏘아올리며 한 시즌 개인 최다를 기록했다. 2009년 22홈런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같은 홈런 개수를 기록했다. 강정호는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 자리에서 뛰긴 하지만 30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로 꼽힌다. 내년 시즌 그 고지에 도전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이미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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