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적절한 타이밍에서 일궈낸 해트트릭이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1, 레버쿠젠)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후 정규리그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뛰었던 친정팀 함부르크가 해트트릭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극적이었다.
손흥민은 1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20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9분 선제골로 출발해 17분과 후반 10분 잇따라 골맛을 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27분에는 슈테판 키슬링의 골에 좋은 패스로 도움까지 기록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원맨쇼에 힘입어 5-3으로 이겼다.
친정팀을 상대한 손흥민은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녔다. 손흥민은 이번 함부르크전을 앞두고 "딱 한 골만 넣으면 된다"라며 골을 넣겠다는 의지로 마음을 다졌다. 정규리그에서는 지난 8월 10일 프라이부르크전 이후 3개월 동안 골이 없었고, 9월 25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빌레펠트(2부리그)와 32강전서 넣은 골이 마지막 골이었기에 절실함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골을 넣는 장면들은 이전의 이타적인 플레이에 치중했던 손흥민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슛 찬스에서 공격 파트너인 키슬링, 시드니 샘에게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볼을 잡은 뒤에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함부르크 수비진을 흔들며 가차없이 슈팅을 날렸다.
또, 자신의 특기인 수비수를 속이고 감아차는 슈팅과 거침없는 드리블 뒤 골문 구석을 향해 시도하는 슈팅 능력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수비수들의 방해를 신경쓰지 않으며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음을 보여줬다.
최근 교체 출전 등으로 팀내 입지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사미 히피아 감독의 출전 조절 배려에 대한 보답을 하기라도 하듯 화끈하게 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것이었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빅리그로 꼽히는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작성한 해트트릭이다. 분데스리가의 전설로 불리며 통산 98골을 터뜨렸던 차범근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이 없다.
몰아치기에 능하다는 인식도 강하게 심어줬다. 손흥민의 골은 한 달 보름여 만에 나온 것이다. 팀이 상위권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충분히 가치있는 선수임을 확인시켜줬다. 또, 동료와의 좋은 호흡 속에 폭발력을 보여주며 믿음을 심어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향후 더 좋은 패스를 유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독일 빌트지는 손흥민에게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1점을 부여했다. 빌트의 평점은 1점이 가장 우수하고 5점이 최저 평점이다. 제대로 실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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