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훈남' 주상욱이 달라졌다. KBS 2TV 드라마 '굿닥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로 분했던 그가 영화 '응징자'에선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면모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에서 주상욱은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들의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리다 성인이 돼 가해자에게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는 준석 역을 맡았다. 매끈한 외모보다 알 수 없는 속내에 더욱 시선이 가는 캐릭터다.
'응징자'는 고등학교 동창 준석(주상욱 분)과 창식(양동근 분)이 수 년 뒤 우연히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준석은 지독한 괴롭힘으로 자신의 삶을 망가뜨렸던 창식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분노를 느낀다. 이에 과거 창식의 악행에 대해 신랄한 응징을 시작한다.
주상욱은 '응징자'로 신선한 도전을 감행했다. 영화에선 그의 근사한 수트 차림도, 매력만점 미소도 찾아볼 수 없다. 비릿한 미소와 어딘지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눈빛이 '응징자' 속 그의 연기를 완성했다. 주상욱을 만나 기존 이미지와 180도 다른 얼굴로 스크린을 누비게 된 것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응징자'를 촬영하며 기존 이미지를 꼭 깨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예요. 이전에 했던 비슷한 분위기의 연기 외에, 이런 것도 잘 어울릴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죠. 그런 면에 있어서 '응징자'는 만족스러워요.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요."
고등학교 동창 간 거친 복수극이라는 시놉시스와 달리, '응징자'는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지닌 영화였다. 능청스럽게 양동근을 약올리고 마는 주상욱의 능청스러운 행동들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그는 "개봉 전 너무 진지하기만 하지 않을까, 관객들이 지루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웃음 포인트는 오히려 득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의외의 장면에서 웃는 관객들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응징자'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예요. 재미를 주기 위해서 찍은 신은 단 한 장면도 없었으니까요. 의도와 다른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다는 면에서 민망하기도 했지만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영화를 약간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확실하면서도 중간 중간 지루하지 않도록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배치해 놓은, 재밌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상대역 양동근은 특유의 연기색을 살려 악역인 창식 캐릭터를 개성 넘치게 소화했다. 애초 의외의 조합으로 여겨졌던 두 배우의 만남은 기대치 못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주상욱은 "양동근 형은 워낙 잘 하는 배우"라며 "미친 듯한 악역으로 분한 양동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주상욱이 만나 앙상블을 이뤘다면 이는 영화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사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내가 아닌 양동근이 창석 역을 맡게 됐기 때문이었다"며 "그 뒤로 두 배우와 감독이 많은 의견을 내며 상황을 바꿔나갔다"고 설명했다.
'응징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신나게 주고받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뤄 화제가 됐던 그의 이상형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민망한 듯 웃어 보인 주상욱은 "예능 프로그램에선 즐거운 이야기를 하길 바라는 편"이라며 "너무 진지하게 질문에 답하면 무미건조한 느낌이고,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자신과 함께 출연해 이미 시청자들에겐 익숙해진 어머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실 이상형 발언 역시 그의 어머니를 통해 흘러나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제 어머니도 솔직한 분이세요. 하지만 제가 어떤 여자를 만나는진 모르시거든요.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PD가 제 이상형을 어머니께 물었고, 한두 번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던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재밌겠다' 싶어 '긴 생머리에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고 답하셨던 거죠.(웃음) 물론 완전히 먼 답은 아니예요. 긴 생머리에 어린 여자도 만나봤지만 가장 오래 만난 분의 장점은 성격이었어요. 외모도 중요하겠지만 첫 번째로 중요한 걸 꼽으라면 성격이죠."
'36세' 주상욱은 아직 결혼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는 "당장은 결혼을 하고싶지 않다"며 "작품을 더 한 뒤 생각하고 싶다"고 답했다. "결혼을 내일 당장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다보면 마흔이 될 것"이라며 "그럼 그 때 돼서 생각해보겠다. 지금은 마흔에 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결혼은 무엇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웃으며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주상욱은 영화와 자신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많이 찾아본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몇 백 개, 몇 십 개의 댓글들을 쭉 보다보면 굉장히 예리한 댓글들이 하나씩 있다"며 "칭찬이라면 더 기분이 좋겠지만 악플이라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을 이어갔다.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쿨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답변이었다.
"연기에 대해, 혹은 예능 출연에 대해 날카롭게 짚는 댓글들이 있어요. 전문가 뺨치는 예리한 시각이 묻어난 댓글들이죠. 물론 몇 백 개의 댓글을 모두 꼼꼼히 볼 수는 없지만 그런 댓글은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댓글을 통해 저를 돌아보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죠."
‘응징자’는 지난 10월3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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