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이미 우승이나 한 듯 축배를 들고 있다.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가리는 결승 2차전이 오는 9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FC서울과 광저우의 마지막 대결이다. 아직 경기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광저우는 벌써부터 우승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엄청난 자금력을 쏟아부어 리피 감독과 함께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광저우. 그래서 광저우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서울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1차전 서울 원정에서 2골을 넣으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게다가 2차전 장소는 광저우의 홈이다. 광저우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뒤를 받치고 있다. 경기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광저우가 미리 우승 축배를 들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다. 중국 언론들은 광저우가 서울을 꺾고 우승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서울을 꺾고 아시아 클럽 대항전 역사상 두 번째 중국 클럽 우승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광저우가 우승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거치는 팀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리고 광저우는 이례적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결승 2차전 예상 스코어를 기재했다. 수학공식으로 써 놓은 답은 3과 0이다. 즉 광저우가 2차전에서 서울에 3-0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다. 광저우는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다 어처구니없는 도발의 메시지를 써 놓은 것이다.
광저우의 자신감일까. 자금력에 대한 자긍심일까. 중국 축구의 예지력일까. 아니다. 광저우의 '오만'이다. 돈을 가진 자의 '거만'이자 중국 축구의 '건방'이다. 광저우의 오만함이 이런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광저우가 모든 부분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스포츠가 축구라는 것은 잊은 듯하다. 광저우는 오만에 사로잡혀 축구의 묘미, 승부 세계의 의외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축구의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단어도 머릿속에서 지운 듯하다. 외국인 선수들이 특출하다고 해도 광저우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 축구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중국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광저우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광저우가 도발을 하고 광저우가 이미 축배를 들고 있는 이 형국, 서울에게는 유리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오만의 결말은 '자멸'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오만에 빠진 팀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서울에게는 좋은 기회다. 오만으로 사로잡힌 광저우를 응징하면서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들의 도발에 대응할 필요도 없다. 더욱 오만해질 수 있도록 가만히 놓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서울 선수단은 할 일만 하면 된다. 코칭스태프는 상대를 꺾을 전략을 짜고, 선수들은 충실히 훈련하며 컨디션 조절을 잘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승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서울은 팀 스피릿을 가장 잘 구현하는 팀이다. 오만, 자만이 치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 서울은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하나 된 팀, 팀 정신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고, 우승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그러는 동안 광저우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만한 광저우의 자멸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데얀이 광저우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던진 한 마디가 생각난다. "우승 타이틀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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