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 최고의 무대에서 나왔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우완 이재우(33)가 가을잔치 가장 높은 무대 한국시리즈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이재우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안타 2개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깔끔한 투구였다.
정규시즌까지 통틀어 올 시즌 이재우가 보여준 최고의 피칭이었다. 8개의 탈삼진은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 5이닝 이상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던 적은 8월13일 잠실 롯데전(5.1이닝 무실점) 한 번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진 이재우다.
이날 4차전 선발 등판 이후 이재우에게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 통상 5차전과 6차전, 7차전에는 각각 1차전과 2차전, 3차전에 선발로 나섰던 투수들이 다시 등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를 모를 리 없는 이재우는 자신의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듯 경기 초반부터 역투를 펼쳤다.
1회초 삼진 한 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산뜻한 출발을 한 이재우는 2회초 최형우에게 우전안타, 이승엽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 이지영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3회초에는 이날 최대 위기가 닥쳤다. 2사 후 제구가 흔들리며 김태완에게 볼넷, 채태인에게 좌전안타, 최형우에게 볼넷을 연속 내주며 만루에 몰린 것. 그러나 이재우는 박석민을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마쳤다.
이어 이재우는 4회초와 5회초를 연속 삼자범퇴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했다. 5회초 정병곤과 배영섭, 김태완을 3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것은 이날 경기 이재우 투구의 백미였다. 구속은 시속 140㎞를 겨우 넘길 정도로 빠르지 않았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와 날카로운 포크볼을 앞세워 삼성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5회초를 마치고 이재우의 투구수가 85개에 달하자 두산 벤치는 6회초 핸킨스를 구원 등판시키며 이재우를 쉬게 했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의 강판. 두산이 계속 리드를 지켜 승리를 따낸다면 이재우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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