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비디오 분석 때는 바짝 긴장했는데 막상 붙어보니 할 만 하더라."
FC서울 중앙 수비수 김진규는 26일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전을 치른 후 이같이 말했다. 광저우의 외국인 공격수 3총사 무리퀴, 엘케손, 다리오 콘카를 직접 상대해본 후 내린 담담한 평가다.
서울은 1차전에서 광저우와 2-2로 비겼다. 코너킥에서 엘케손에게 한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세트피스가 아닌 나머지 필드플레이에서는 이들 세 선수에게 실점하지 않았다. 아디와 최효진이 광저우 공격을 만드는 무리퀴를 돌아가며 철벽 봉쇄한 것이 컸다. 콘카 역시 서울의 압박을 탈출하기 위해 개인기를 앞세웠지만 쉽지 않았다.
이들의 봉쇄 해법을 어느 정도는 찾아낸 서울이다. 서울은 1차, 2차 저지선을 좁은 간격으로 만들어 세 명이 볼을 잡으면 따라붙고 걷어냈다. 다음 동작을 막기 위해 볼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서울의 전방을 책임진 데얀이나 에스쿠데로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광저우 수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2차전 원정경기까지 남은 2주 동안 서울이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인 것이다.
그래도 반드시 이기거나 3골 이상 넣으며 비겨야 우승을 할 수 있는 원정 2차전은 서울에 부담이다. 그 사이 서울은 울산 현대(원정), 수원 삼성(홈)과 K리그 2연전도 치른다.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들이다. 또 수원과의 슈퍼매치는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고민이 적지 않은 서울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광저우와 1차전에서 비긴 후 최 감독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선수들도 나도 잘 안다. 신중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전했다.
판단이 선 이상 광저우 원정 2차전 올인은 불가피하다. 무승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서울이 이기면 된다.
광저우의 홈 팬들은 열광적이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경기당 평균 4만2천110명의 관중을 그러모았다. 이미 결승전 티켓 6만장은 매진됐다. 서울은 일방적으로 광저우를 응원할 대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광저우는 특히 홈에서 강했다. 조별리그 홈 경기에서 7득점 무실점으로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16강부터 4강까지 홈 경기 역시 9득점 무실점이었다. 홈에서는 절대 지지 않았고 실점도 없었다. 유일하게 전북 현대가 조별리그 원정에서 광저우와 0-0으로 비겼을 정도다. 광저우의 '안방 불패'는 서울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그러나 서울도 원정에서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특히 악명높은 원정 지옥인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테그랄과의 4강 2차전에서는 시차, 건조한 기후, 1천200m 고지대 등 악조건에 무려 8만8천330명 관중의 광적인 응원 앞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고 2-2로 비겼다.
광저우의 홈구장 톈허 스타디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축구전용경기장이 아닌 종합경기장이다. 응원 소리가 제 아무리 커도 밖으로 퍼져 나가는 구조다. 홈 팬의 함성에 서울 선수들이 기죽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결국은 서울이 얼마나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주장 하대성은 "(서울에 원정 온) 광저우 응원단의 위엄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홈 팬들이 더 대단했다"라며 원정경기라고 해서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다롄 스더에서 뛰면서 광저우 원정을 경험해봤던 김진규는 "원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서울은 2차전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다양해진다.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풀백 차두리가 복귀한다. 피지컬이 좋은 차두리가 측면을 휘저으면 광저우 수비가 허물어질 수 있다. 왼발 킥이 좋은 김치우도 1차전을 쉬었다. 숨겨놓은 비기가 많은 것이다.
서울이 다시 한 번 '원정 불패'의 위용을 과시하며 광저우의 안방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오는 11월 9일 광저우에서 아시아 정상 클럽을 가리는 마지막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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