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두산 베어스가 '가을의 전설'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1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행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에 초대됐을 때만 해도 준플레이오프 탈락을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다. 두산이 넥센 히어로즈와 치른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잇따라 끝내기 안타를 맞고 2연패를 당하자, 그 예상은 맞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특유의 뚝심이 있었다. 넥센과 3차전에서 최재훈의 결승 2점홈런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뒀고, 벼랑 끝에서 탈출하면서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두산은 4, 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역스윕을 달성하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의 돌풍은 여기까지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했다. LG를 만난 두산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경기감각뿐이었다. 정규시즌 종료 후 플레이오프까지 열흘 가까이 쉰 LG보다 선수들의 감각적인 면은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넥센과 치른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전력 소모가 너무 심했다. 연장전을 3차례나 치르는 혈전이 계속돼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 자체가 상처뿐인 영광으로 보였다.
준플레이오프 승자가 되고 단 하루 휴식 뒤 치르는 경기 일정도 두산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두산이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LG에게 뒤진다는 시각이 많았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나온 통계까지 두산에게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이 모든 예상과 기록의 확률을 깨트리고 당당하게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질주에는 역시 경험이 큰 작용을 했다. 두산은 올 시즌을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 8번 가을야구에 참가했다. 단골손님인 셈이다. 그 중 세 차례(2005, 2007, 2008년)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이번이 네 번째 정상 도전이다.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3전4기'의 도전 무대다. 상대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3년 연속 패권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다. 두산은 삼성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2005년 한국시리즈 맞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당시 두산은 삼성에게 4경기를 내리 져 허무하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삼성과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2005년 외에도 두 차례 더 만난 적이 있다. 앞선 두 번은 두산에게 좋은 기억이다. 1982년 프로 원년 당시 두산의 전신이던 OB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꺽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두산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삼성을 다시 만나 승리를 거두며 또 우승을 차지했다.
그 때도 두산은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나서 한화 이글스와 현대 유니콘스를 각각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제치고 삼성과 맞대결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2001년과 흐름이 비슷하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마지막 무대까지 올라왔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 1위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올라 두산을 기다렸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으면서 한 가지 징크스를 떨쳐냈다.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역스윕을 달성한 팀은 다음 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그런 통계를 비웃으며 역스윕 달성 팀으로는 처음으로 다음 시리즈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가을 DNA가 살아난 곰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4차전에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한 부분도 두산에게는 호재다. 지친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이틀 더 벌었다. 두산은 2001년 우승을 할 때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이 비로 순연되는 바람에 힘을 얻었고 팀을 재정비할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원기를 되찾은 곰은 사자를 코너로 몰았고 끝내 4승2패의 성적으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선수들이 '어게인 2001'을 강력하게 외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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