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끝내기 시리즈'…승부는 짜릿, 내용은 졸전

[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준플레이오프는 '끝내기 시리즈'로 불려도 될 것 같다. 지난 8,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은 모두 끝내기 안타로 승부가 갈렸다. 즉 말 공격을 한 홈 팀 넥센이 이틀 연속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으며, 이택근, 김지수가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도 역시나 끝내기 안타로 양 팀의 승패가 갈렸다. 이번에는 두산이 웃었다. 연장 14회말 터진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 덕분이었다. 이로써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3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로 마무리되는 진기록이 작성됐다. 2차전과 3차전은 연속 연장 승부가 이어졌다.

3차전이 14회까지 가는 긴 승부가 된 것은 넥센과 두산 모두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이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9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홍성흔의 잘 맞은 타구가 넥센 중견수 유한준의 슬라이딩 캐치에 잡히고, 3루 대주자 임재철의 매끄럽지 못한 주루플레이로 끝내기 기회를 먼저 놓쳤다.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이원석이 2루 땅볼에 그쳐 승부를 연장으로 넘겨야 했다.

넥센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긴 마찬가지였다. 넥센은 연장 1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이성열이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한 다음 대주자 김지수로 교체됐다. 마운드에 있던 두산 세 번째 투수 윤명준은 여기서 1루 견제 악송구를 범했고, 공이 불펜으로 넘어가 김지수는 공짜로 3루까지 두 베이스 갔다. 규칙상 송구가 불펜으로 들어가면 투 베이스를 허용한다.

하지만 넥센은 무사 3루의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후속타자 서건창, 장기영이 내리 삼진을 당했고, 이택근마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두산은 연장 14회말에 승부를 끝내긴 했지만 11회말부터 13회말까지 계속 주자를 내보내고도 매번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넥센 역시 11회초 찬스를 포함해 연장 들어 매 이닝 주자가 나갔지만 홈을 밟은 선수는 없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잔루도 많이 나왔다. 넥센은 1,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각각 8개, 10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3차전에서 1승을 올리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두산도 이날 잔루 8개로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였다. 짜릿한 끝내기 승부의 연속이지만 실상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답답한 공격력으로 졸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 팀은 3차전 야간경기를 14회까지 혈전을 벌여 얼마 쉬지 못하고 12일 낮 2시 경기로 4차전을 치른다. 문성현(넥센)과 이재우(두산)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3차전에서는 넥센이 두산보다 불펜 자원을 더 소모했다. 넥센은 선발 오재영에 이어 6명의 투수가 나왔다. 반면 두산은 선발 노경은이 물러난 후 3명만 기용했다. 넥센에게 그마나 다행인 부분은 마무리 손승락이 3차전에서 등판하지 않아 이동일 포함 이틀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4차전은 앞선 경기들과 달리 타격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2승 1패로 앞서있지만 4차전을 내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분위기에서 두산에게 밀리게 된다. 두산은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4차전 역시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나서야 한다. 두 팀의 열전을 바라보는 플레이오프 선착팀 LG 트윈스는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