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2일 브라질 대표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치른다.
브라질과의 경기는 언제나 큰 이슈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 축구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라는 가치 때문이었다. 이번에 홍명보호가 맞게 된 브라질전 역시 다르지 않다.
네이마르, 오스카 등 세계적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이다. 세계 축구의 왕좌를 유럽에서 다시 남미로 가지고 오려는 브라질의 기세가 거세다. 2014 월드컵이 열리는 곳도 브라질이다. 브라질 축구가 움직이면 전세계 축구팬들이 들썩이게 된다.
한국과 브라질은 지금껏 4번 맞붙었다. 한국이 브라질을 만나 승리를 할 거라는 예상은 힘들다. 하지만 한국은 브라질을 이긴 경험이 있다. 역대전적은 4전 1승3패다. 1999년 3월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역사적인 브라질전 첫 승이 탄생했다. 후반 45분 김도훈의 결승골. 한국이 브라질을 1-0으로 침몰시키는 역사를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지금 브라질은 위상이 조금 떨어져 세계적 강호들 중 하나 정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1999년 당시 브라질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팀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다음 월드컵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우승컵을 품은 브라질이었다. 세계랭킹 1위가 브라질이 아니면 어색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기에 한국이 브라질을 만났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었다.
당시 한국전에 출전한 브라질 멤버도 화려했다. '황제' 호나우두는 빠졌지만 '왼발의 전설' 히바우두를 필두로 카푸, 제 호베르투, 플라비우 콘세이상, 주닝요 페르남부카누 등 세계적 선수들이 선발로 출전했다. 이에 한국은 황선홍, 홍명보, 하석주, 유상철, 김태영 등이 선발로 나서 브라질과 맞섰다. 그리고 최강 브라질 멤버와 싸워 1-0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9일 전남과 대구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가 열린 광양전용구장에서 브라질전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당시 상황과 분위기, 그리고 한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주역은 바로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었다. 당시 하 감독은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1-0 승리에 주역이 됐다.
하 감독은 "당시 브라질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이름만 들어도, 얼굴만 봐도 주눅이 들 정도였다. 관심도 엄청 많았다. 최강 팀이 오니 축구 열기도 최고로 뜨거웠다. 잠실 경기장이 다 찼다. 사실 우리가 브라질에 이긴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었다. 한국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밀리지만 그래도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였고,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으로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그 자존심이란, 꼭 이기겠다는 것보다 브라질에 대패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지더라도 크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오히려 브라질전 승리라는 뜻밖의 결실을 가지고 왔다. 하 감독은 당시 대표선수들의 의지를 '한·일전 때의 2~3배'라고 표현했다. 어떤 의지로 브라질을 상대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 감독은 "정말 죽기살기로 뛰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대패하면 안 된다는 걱정이 앞섰다. 선수들의 자세와 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긴장감도 최고조였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우리는 여유가 없었고 브라질은 여유가 있었다. 그 때 한국 선수들은 한일전 2~3배의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브라질을 상대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 1-0 승리.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하 감독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만원 관중 앞에서 브라질을 이겼다. 쾌감이 있었다. 풀타임을 뛰었는데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경기를 1분도 안 뛴 느낌이었다"며 브라질전 승리의 짜릿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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