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여기까지 오긴 왔네요."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성배가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김성배는 2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 8회말 1사 1, 2루에서 팀의 다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1 한 점 차로 앞선 가운데 주자가 두 명이나 있는 상황이라 김성배가 막아내지 못한다면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할 수 있던 위기였다.
그러나 김성배는 두려워하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침착하게 두 명의 타자를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고 9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진 2개를 포함해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점 차 박빙의 리드를 지켜내며 세이브를 추가, 시즌 30세이브를 채웠다.
그는 "오랜만에 등판이라 컨디션은 괜찮았다"며 "안타 하나를 맞으면 바로 동점이 되는 순간이라 정말 이 악물고 던졌다. 팀 승리 뿐 아니라 이상화의 선발 첫 승을 반드시 지켜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 선발 이상화는 5이닝 1실점 호투를 하고 김성배 등 불펜진의 도움을 받아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김성배는 故 박동희(1994년 31세이브), 김사율(2012년 34세이브)에 이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뛴 투수들 중에서 세 번째로 한 시즌 30세이브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김성배는 "아쉽다"는 말을 연달아 했다.
30차례나 팀 승리를 지켜내긴 했지만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졌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며 '단골손님'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을잔치 자리에 끼지 못한다.
김성배는 그런 이유 때문에 "30이라는 숫자보다 7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얘기했다. 7은 올 시즌 김성배가 기록한 블론세이브 횟수다. 그는 "최소한 절반만이라도 그 숫자를 줄였다면 4강 경쟁을 계속 할 수 있었을 거라 본다"며 "마음에 걸린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자책을 하지만 김성배는 올 시즌 들어 마무리로 처음 뛰었다. 시즌 도중 보직이 변경됐다. 롯데는 당초 마무리로 낙점받았던 정대현이 예상 밖으로 부진하자 불펜진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된 김성배가 그 자리를 메웠다.
김성배는 블론세이브를 이따금 기록하긴 했지만 초보 마무리투수치곤 괜찮은 활약을 했다. 그가 뒷문을 단속하지 못했다면 롯데는 현재 자리하고 있는 5위가 아닌 더 낮은 순위로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도 "(김)성배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칭찬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김성배는 20홀드를 목표로 삼았다. 원래 자리였던 중간계투로 뛰었다면 지난해 거둔 14홀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보직이 바뀌었고, 김성배는 마무리로서 맡은 역할을 잘 수행했다.
김성배가 내년 시즌에도 계속 마무리를 맡을 것인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훈련 그리고 내년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보직은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결정할 일이다. 롯데는 올 시즌 초중반 마운드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내년에도 반복할 순 없다.
김성배는 "어느 자리가 더 편하다고 콕 찝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다시 마무리를 맡게 된다면 블론세이브 숫자를 올 시즌보다는 줄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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