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 이정훈은 고참투수다.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진 않지만 송신영, 박성훈, 한현희 등과 함께 넥센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정훈은 얼마 전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앤드류 밴헤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6-0 승리에 도움을 줬다. 이날 등판으로 그는 프로통산 투수로서 24번째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이정훈은 "마침 그 날이 아내 생일이었다"며 "일부러 그 때 맞춘 건 아니지만 500경기 출전을 하게 돼 더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정훈은 이날 아내 정지은 씨에게 축하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가 직업이 되다보니 아내 생일을 한 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며 "항상 시즌 일정과 겹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훈은 올 시즌 아내에게 기분좋은 선물 하나를 해줄 가능성이 높다. 바로 넥센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이다. 이정훈은 넥센 투수진에서 포스트시즌을 뛰어 본 경험이 있는 몇 안되는 선수중 하나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정훈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이정훈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으니까 이번에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된다면 3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이정훈은 지난 2010년 12월 20일 박정준(현 NC 다이노스)과 함께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2대1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이었다. 이정훈과 박정준이 넥센으로 오고 대신 투수 고원준이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이정훈은 꾸준했다. 2011시즌 44경기에 나와 3승 3패 1세이브 7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40경기에 출전 4승 4패 1세이브 8홀드라는 성적을 냈다. 올 시즌에도 이정훈은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했다. 필승조에 포함됐고 팀의 리드를 지켜내는 임무를 수행하며 23일 현재까지 53경기에서 5승 1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고 있다.
1997년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개인 최다 출전 기록 경신도 눈앞에 왔다. 이정훈은 2009시즌 57경기에 출전한 것이 개인 최다 출전 기록이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팀의 후배 투수들에게 이정훈은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정훈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있고 내가 해줄 말은 별로 없다"고 웃었다.
이정훈은 넥센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부분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게 차라리 더 나을 수 있다. 편하게 마음먹고 공을 던지면 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이정훈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상대 타자들의 집중력이 정규시즌과 견줘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훈이 신경 쓰는 건 몸쪽 승부다. 그는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한다면 승부를 어렵게 끌고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정훈은 "롯데에서 뛸 때 호되게 당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과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 타자를 상대로 몸쪽 승부에 애를 먹었다. 롯데는 당시 2시즌 연속 두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그는 "지난 일이지만 당시 왜 과감하게 승부하지 못했는지 아쉬웠다"면서 "이번에 다시 가을야구에 나가게 된다면 후회 없이 던져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정훈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조금 더 선수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훈은 "사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마음속으로 계산을 했었다"며 "500경기 출전은 내년 시즌이 돼서야 달성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500경기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큰 부상 없이 팀에 보탬을 줘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는 600경기 출전을 꼭 이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훈은 다시 가을야구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넥센 마운드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두 살 더 많은 브랜든 나이트 그리고 동갑내기 송신영과 함께 투수진의 든든한 형님 노릇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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