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10년 묵은 한(恨)을 드디어 씻어냈다. 감격적인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것이다.
LG는 2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6-1로 승리, 대망의 4강 진출을 드디어 확정지었다. 5위였던 롯데가 이날 넥센에 패함으로써 LG는 올 시즌 남은 경기 전패를 하더라도 최소 4위로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선두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에게 4강은 사실상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말의 부정적 가능성마저 지워버리며 한결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됐다.
지난 2002년 이후 무려 11년만에 '가을야구'로 표현되는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LG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LG가 기록한 순위는 6-6-6-8-5-8-7-6-6-7위였다. 2007년 5위를 한 차례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시즌은 모두 하위권에서만 맴돌았던 것이다.
그 사이 LG 구단은 부진 탈출을 위한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프런트의 최종 결정권자인 사장-단장은 물론, 현장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독도 수시로 교체됐다. 전력 보강을 위해 대형 FA를 영입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실패로 끝났다.
사장-단장과 감독이 자주 교체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끌고갈 수 없게 됐고, 즉시 전력감 선수의 잦은 영입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더디게 했다. 성적에 대한 조급함이 팀 체질 개선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나 LG는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FA 영입은 불펜 강화를 위해 삼성에서 데려온 정현욱이 유일했고, 그 사이 팀의 주축을 이뤘던 FA 3명은 모두 팀을 떠났다. 하지만 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로 작용하면서 신구 조화가 이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LG는 'DTD(Down Team is Down)'라는 문법에도 맞지 않는 신조어의 수식 아래 자유롭지 못했다.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한 야구인의 한 마디가 LG를 조롱하는 말로 변형된 것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LG 스스로 시즌 초반까지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도 결국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역시 5월 말부터 LG의 무서운 상승세가 시작됐지만, '곧 떨어질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10년을 거치며 만들어진 'DTD의 저주'였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보란 듯이 그 압박에서 벗어나며 감격적인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LG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선두 삼성과는 승차가 없다. 단지 승률에서 뒤져 2위에 올라 있다. 남은 경기를 통해 선두를 탈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 LG의 다음 목표다. 10년 한을 씻어낸 LG가 이제는 1994년 이후 19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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