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선두권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3위 두산이 급부상했다. LG는 삼성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LG와 삼성, 삼성과 두산 사이에는 각각 1경기, 1.5경기의 승차가 있다.
3강 구도로 재편된 선두 경쟁 속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3팀 모두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가 1명씩 빠진 3팀이 전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LG, 삼성, 두산 모두 현재 1군 엔트리에는 외국인 선수가 1명뿐이다. 최근 벌어진 상황이 아니다. 3팀 모두 오래된 이야기다. LG는 주키치, 삼성은 카리대, 두산은 니퍼트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다.
올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다는 점 또한 3팀의 공통점이다. LG는 올 시즌 벌써 4번이나 주키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삼성은 퇴출된 로드리게스를 대신해 영입한 카리대마저 속을 썩이고 있다. 두산은 올슨의 부진으로 핸킨스를 영입했지만 이번에는 잘 던지던 니퍼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먼저 LG는 아직도 주키치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확대 엔트리 시행으로 1군 엔트리에는 한 자리가 남아 있지만 주키치는 여전히 2군에 머물고 있다. 당장 1군에서 통할 구위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다. 주키치는 불펜 전환에는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역시 카리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단순히 구위가 떨어진 주키치와는 달리 카리대는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다. 부상이 있다는 것은 활용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류중일 감독은 카리대가 1군으로 올라온다 해도 그를 불펜에서 활용할 뜻임을 밝혔다.
두산도 답답한 상황이다. '에이스' 니퍼트가 어깨 부상으로 한 달째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복귀 시점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 두산은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선두권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니퍼트의 부재는 아쉽기만 하다. 주키치, 카리대와는 달리 니퍼트는 1군 엔트리 말소 후에도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오히려 중위권 팀들은 외국인 선수 2명을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4위 넥센은 나이트와 밴 헤켄이 여전히 선발진의 중심 축이고, 5위 롯데는 아예 유먼과 옥스프링이 원투펀치 역할을 해주고 있다. 6위 SK 역시 마찬가지. 세든의 활약은 에이스급이고, 레이예스 역시 기복이 있긴 하지만 자기 몫은 해내고 있다.
지난 199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2명을 잘 뽑아 단숨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역설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 팀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기본 전력이 탄탄한 팀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직 정규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도 남아 있다.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결정적일 때 활약하며 화려한 '백조'로 복귀할 수도 있다. LG, 삼성, 두산의 최종 성적은 어쩌면 이들 외국인 선수들에 달려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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