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부러운 눈으로 이웃 나라를 바라볼 뿐이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는 투타에 걸친 대기록 도전에 연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투수 쪽에서는 라쿠텐의 '괴물 우완' 다나카 마사히로(25), 타자 쪽에서는 야쿠르트의 외국인 거포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기록 잔치의 주인공이다.
다나카는 올 시즌 개막 이후 한 번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고 19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퍼시픽, 센트럴 양대 리그를 합쳐 다승 1위에 올라 있는 것은 물론이고 2008년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라쿠텐) 이후 5년만의 20승 고지 점령도 시간 문제다. 다나카의 올 시즌 성적은 19승 무패 평균자책점 1.20이다.
단순히 성적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다나카는 대기록에 도전 중이다. 이미 지난해 기록과 합친 23연승으로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이제 다나카의 목표는 메이저리그 칼 허벨(뉴욕 자이언츠)이 1936년부터 1937년에 걸쳐 세운 24연승의 세계최고 연승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현재 52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발렌틴은 일본 기록은 물론, 2003년 이승엽(삼성)이 수립한 아시아리그 최다 홈런(56개) 기록도 넘어설 기세다. 일본 내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64년 오 사다하루(요미우리), 2001년 터피 로즈(긴테쓰),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가 기록한 55개다.
발렌틴의 소속팀 야쿠르트는 시즌 28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거의 2경기에 1개 꼴로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발렌틴의 페이스라면 앞으로 10홈런 이상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 일본, 아시아 기록을 넘어 60홈런 고지를 밟는 것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쿠르트가 센트럴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어 개인 기록에 집중할 여건도 된다.
일본에서 풍성한 기록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다소 초라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일 현재 홈런 선두 박병호의 홈런 숫자는 26개. 올 시즌 역시 홈런왕은 30개 내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려낸 2003년 이후 2010년 이대호(44홈런)을 제외하면 4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가 아무도 없다.
다승 역시 마찬가지. 롯데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13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선수 중에서는 12승의 배영수(삼성)가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20승 투수의 탄생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다승이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승수 가뭄은 에이스급 투수들의 실종과도 무관하지 않아 씁쓸함을 남긴다. 한국의 토종 20승 투수는 지난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14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그렇다고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의미 있는 기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승엽은 통산 최다 홈런 기록(357개 진행 중)을 넘어섰고, '적토마' 이병규(LG)는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와 함께 10타석 연속 안타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류택현(LG)도 통산 최다 홀드(122개 진행 중) 기록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달성 가능성이 남아 있는 기록도 있다. 최정(SK)은 2000년 박재홍(현대) 이후 13년만의 30-30 클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일 현재 최정은 24홈런-20도루를 기록 중이다. 류택현은 900경기 출전에 11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일본리그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식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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