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유럽에서 아무리 잘 나가도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눈에는 대표팀의 한 선수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특히 신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손흥민(21, 레버쿠젠)이 그렇다.
홍명보 감독은 27일 다음달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 발표를 하면서 손흥민을 호명했다.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의 첫 인연이다.
홍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감독 재임 당시 손흥민을 수 차례 부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손흥민은 호출되지 않았다. 조직력을 중요시 여기는 홍 감독의 철학과 개인기가 일품인 손흥민의 스타일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닿아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12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정상급 선수로 떠올랐고 올 시즌 1천만 유로(약 150억원)의 비싼 이적료에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컵에서 데뷔골을 넣었고 지난 11일 SC프라이부르크와의 개막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좋은 기량을 과시 중이다.
홍 감독은 지난 16일 독일로 출국해 17일 레버쿠젠-슈투트가르트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를 관전했다. 직접 손흥민을 지켜보며 발전을 확인했다. 당시 손흥민은 골을 넣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후 손흥민은 3라운드 묀헨글라트바흐전에서 후반 45분까지 뛰며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의 4-2 승리에 일조했다.
고심하던 홍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드디어 손흥민을 선발했다. 동아시안컵과 페루전까지 총 4경기에서 김동섭, 서동현, 김신욱 등 국내파 공격수들을 선발해 테스트를 했지만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미드필더 윤일록이 일본전에서 유일하게 넣었을 정도로 전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의 부재가 심각했다.
물론 손흥민은 이전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월드컵 예선 카타르전 결승골을 제외하면 골이 없었다. 최 감독은 "아시아권 팀들은 수비를 먼저 구축하고 역습으로 나온다. 돌파가 좋은 손흥민에은 선발보다는 후반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조커로 나서야 한다"라며 그의 대표팀 활용이 쉽지 않음을 전했다.
홍 감독은 독일에서 손흥민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홍 감독이 추구하는 '하나의 팀'에 손흥민이 알아서 녹아들기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 와서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인지, 기량을 보여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 그렇다.
특별 대우는 없다. 홍 감독은 "새롭게 합류하는 유럽파 선수들을 우리의 조직 안에 넣는 것이 급선무"라며 개인 기량이 팀 안에서 빛나기를 바랐다. 손흥민은 물론 유럽파 전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손흥민의 활용 포지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미드필더로 분류해 발표한 것으로 봐 측면 요원이 예상된다. 그러나 대표팀이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함부르크 시절 종종 뛰었던 처진 공격수로의 활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래저래 흥미롭게 된 홍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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