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또 한 번 예방접종을 끝마쳤다. 사실상 가을잔치 진출을 확정하고 한국시리즈 직행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면역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G는 23일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11-5로 대파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이로써 LG는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60승(41패) 고지를 밟았다. 역대 60승 선착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우승 확률도 62%에 이른다.
60승 선착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두싸움의 승부처에서 연패가 길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LG는 공교롭게도 단독 1위로 올라선 직후 2연패를 당했다. 46일만의 연패. 단순히 오랜만에 당한 연패라기에는 인과관계가 너무 뚜렷했다.
LG가 후반기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무려 16년만. 언론 및 팬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LG는 1위가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가 실질적인 목표였다. 그런데 승승장구 끝에 1위 자리까지 차지해봤으니 주변의 격한 반응에 선수들도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오랜만의 연패에는 그런 점들이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연패가 길어진다면 '1위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LG는 곧바로 화끈한 역전승을 거두며 연패에서 벗어났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다시 없애며 선두 추격에도 불을 당겼다.
이번 연패는 11년만의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는 LG 선수들에게 오히려 약이 될 전망이다. LG에는 몇몇을 제외하면 큰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만약 LG가 선두 등극 후에도 연패 없이 계속 잘 나갔다면 오히려 한국시리즈 본 무대에서 들뜬 상태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러나 LG는 가장 높이 올라선 뒤 곧바로 연패를 겪으며 분위기를 정돈하는 법을 배웠다. 실제로 선두 등극 다음날의 분위기와 2연패를 당한 다음날 덕아웃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선두 등극 후에는 다소 상기된 분위기였지만, 연패 다음날에는 차분히 경기를 준비할 뿐이었다.
연패가 LG 선수단에 각성 효과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시즌 LG는 몇 번이고 연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연패로 선수단의 면역력을 높여놓고 건강한 전력으로 다음 일정을 소화해왔던 LG다.
첫 번째는 지난 5월 초 NC를 상대로 당한 충격의 3연전 스윕패다. LG는 지난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창원에서 NC에게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NC를 상대하기 전 12승9패였던 시즌 성적은 3연패로 12승12패, 딱 5할에 맞춰졌다. 이후 LG는 곧바로 4연패를 2번이나 더 당하며 7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는 도약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 김기태 감독은 5할 승률이 무너졌을 때 "(5할 승률에서) -5까지는 괜찮다"며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LG는 마지막 4연패 후 5월말 삼성과의 3연전을 시작으로 6월말 SK와의 3연전까지 무려 10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연패 속 내려놓은 부담감이 '캡틴' 이병규가 추구하는 즐기는 야구로 이어진 과정이었다.
잘 나가던 LG는 또 한 번 연패에 휘청거렸다. 7월초 넥센에게 당한 3연전 스윕이다. 10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은 막을 내렸고,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LG는 연패를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3연패 후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린 것. 이후 LG는 한 번도 2위 자리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담금질이라는 것이 있다. 쇠를 주조할 때 뜨겁게 달궜다 차갑게 식혔다를 반복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통해 쇠는 더욱 단단해진다. 올 시즌 LG도 뜨겁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연패가 뜨거움을 식히는 역할을 했다. 선두 등극 후 당했던 2연패도 LG가 더욱 강해지기 위한 일종의 예방접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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