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내년 5월까지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끝없는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는 누구도 대표팀 선발을 안심할 수 없으니 안주하지 말고 긴장감을 유지하라는 뜻이었다.
해외파와 국내파의 실력차를 줄이기 위해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철저하게 선수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대표팀을 운영하고 있다. 필드플레이어들은 저마다 홍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경기마다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나마 골키퍼는 예외처럼 보였다. 특수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이 주전을 맡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기 때문에 쉽게 교체되지 않는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기점으로 한국의 주전 골키퍼는 정성룡(28, 수원 삼성)이었다.
하지만,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는 새 얼굴이 등장했다. 김승규(23, 울산 현대)가 선발 수문장으로 나선 것이다.
홍 감독은 페루전을 앞두고 6명의 새 얼굴을 뽑았다. 5명은 공격수였고 그 외 1명이 골키퍼 김승규 선발이었다.
김승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9경기에 나서며 김영광(울산 현대)을 밀어내고 팀내 주전으로 올라섰다. 이 덕분인지 울산도 1~2위를 오가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고의 컨디션인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을 세운 홍 감독의 눈에 당연히 김승규가 들었고 페루전에 선발로 나서는 기회를 얻었다.
김승규는 올 시즌 경기당 실점률이 0.84골이다. K리그 20경기를 뛴 정성룡은 1.15골로 김승규에 밀린다. 경기 경험에서는 정성룡이 앞서지만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김승규가 반갑기만 하다.
각급 대표팀을 거친 김승규는 지난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도 주전이었지만 손가락 부상으로 이범영(부산 아이파크)에게 주전을 내줬다. 본선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페루전에서 김승규는 선방을 잇따라 보여주며 가능성을 키워 정성룡을 긴장시켰다. 영원한 주전은 없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A대표팀 데뷔전이었기 때문인지 김승규는 수비의 백패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킥을 보여주기도 했다. 킥이 중앙선을 넘기지 못하는 등 떨리는 기색이 엿보였다. 하지만, 전반 43분 요시마르 요툰의 날카로운 왼발 킥을 선방하는 등 동물적인 방어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김승규는 수비라인을 향해 소리를 질러가며 방어에 집중했다. 후반 39분에는 알바로 암피에로의 강력한 왼발 슈팅을 순식간에 손을 뻗어 막았다. 이후 공중볼을 과감히 잡아내며 페루의 힘에 밀리지 않았다. 김승규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 더 없이 좋은 페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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