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홍명보호에서 K리그 공격수들이 '초토화'됐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2013 동아시안컵에 나설 대표팀을 선발하면서 공격수로 K리거 3명을 발탁했다. 김동섭(성남 일화), 서동현(제주 유나이티드), 김신욱(울산 현대)이 그 주인공들이다.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한 대회이기에 홍 감독은 국내파 최고의 공격수들을 불러들였다. 홍 감독은 현재 K리그 최고의 공격수라고 판단한 3명을 대표로 선발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김동섭은 1차전 호주전, 3차전 일본전에 선발로 나섰고, 서동현은 2차전 중국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김신욱은 3경기 모두 후반 교체 출전했다. 이들 3명 공격수가 3경기서 만들어낸 공격 포인트는 '0'이다. 골도 도움도 하나도 없었다. 홍 감독이 선발한 K리거 공격수들은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축구팬들이 뿔났다. 한국의 무기력한 골 결정력에 분노했다. 3경기에서 단 1골. 그것도 공격수가 아닌 날개 윤일록이 넣은 골이었다. 골 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보인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대회였음에도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2무1패, 3위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순위도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아쉬움이 바로 골이었다. 팬들은 무능력한 공격수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찬스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분명 문제가 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발한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홍 감독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신욱은 K리그 클래식에서 12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김신욱이 이끄는 울산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K리그 최고의 공격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뻥축구'의 중심으로 낙인 찍혔다. 김신욱만 그라운드에 나서면 '뻥축구'가 되는 서글픈 현실, 홍 감독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6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7위에 랭크된 김동섭도 대표팀에서는 침묵했다. 최근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지만 그 흐름을 대표팀에서 이어가지 못했다. 리그 3골을 기록 중인 서동현 역시 대표팀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1차전 호주전이 끝난 후 홍 감독은 최상의 컨디션인 선수들을 기용하는 차원에서 9명의 선발 멤버를 교체해 중국과의 2차전에 내세웠다. 당시 공격수가 서동현이었고 침묵했다.
그런데 K리그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신욱, 김동섭, 서동현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팬들은 K리그 공격수들의 '자질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점 역시 홍 감독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공격수들이 능력이 없었다면, 또는 대표팀과 맞지 않는 선수들이었다면, 그들을 선발한 홍 감독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K리그 공격수들의 자질 문제인지, 그들을 활용하지 못한 홍 감독의 책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K리그 공격수들이 초토화됨으로써 그들을 향한 '불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K리그 공격수들의 자존심은 무너졌고, K리그 공격수들의 한계만 눈에 들어왔다. K리그 공격수로는 월드컵 본선은 힘들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것이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홍 감독이 만들어낸 '뼈아픈 현실'이다.
자연히 대표팀 관계자들과 팬들의 시선은 해외파로 쏠리게 된다. K리거 공격수의 한계를 느낀 이들은 그래도 해결책은 유럽파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파. 역시나 그 중심에는 박주영이 있다. 홍 감독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격수 박주영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함께 일궈냈던 박주영이다.
K리그 공격수들이 침묵한 지금, 박주영이 대표팀으로 돌아올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주영의 '필수화'다. 많은 축구팬들이 박주영을 그리워하고 있다. 셀타 비고에서 성공하지 못한 채 아스널로 돌아갔지만, 최근 경기를 제대로 뛰지도 못했지만, 지금 대표팀에는 박주영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2차전 중국전에서도 무득점으로 경기가 끝난 후 홍 감독은 "골을 못 넣은 것은 앞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8월~10월 즈음에는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들이 박주영의 대표 합류를 예상했다. 최적의 대안은 대표팀에서 곧잘 골을 넣었던 박주영뿐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이 소속팀 경기를 뛰고, 경기 감각에 문제가 없고, 컨디션이 좋다면 당연히 대표팀 발탁 1순위 공격수다. 현재 한국 축구에 박주영만한 공격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박주영의 합류로 홍명보호의 골결정력이 해결된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다. 그 누구보다 박주영 활용법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이다. 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활약을 펼친 박주영이기도 하다. 분명 박주영의 대표 합류는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K리그 공격수들이 무너진 결과물로 인해 박주영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절실해진 것이 아쉽다.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박주영을 대체하거나 이을 만한 걸출한 K리그 공격수 스타 탄생을 바랐기에 더욱 아쉽다. 유럽파와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했다. 국내파 위주 대표팀이었기에 이번에는 박주영이 아닌 K리그 공격수들의 이름이 크게 들렸어야 했다. K리그 공격수들이 주인공이었어야 했다. K리그 대표 스트라이커의 위상을 보여줬어야 했다.
대표팀과 한국축구의 근간이 되는 K리그. 그 곳에서 뛰는 공격수들도 대표팀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욕심일까. K리거들은 대표팀에 오면 항상 유럽파 뒤에서 무시당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첫 출범한 홍명보호의 K리그 공격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천하'의 홍 감독이라 해도 K리그 공격수들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을 다시 뒤로 숨게 만들었을 뿐이다. 대회에 참가하지도 않은 박주영의 이름이 다시 전면에 떠오르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스타로 등극한 일본 대표팀 공격수 가키타니 요이치로(23, 세레소 오사카). 그는 J리그에서 뛰며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일본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다.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은 J리그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유럽파가 없어도 J리그는 살아있음을 알린 것이다. 일본의 이번 대회 우승과 가키타니의 맹활약은 자국 리그가 무시 받는 대표팀은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던져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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