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넥센 히어로즈는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20승 고지도 가장 먼저 돌파한 팀이었고 5월에는 8연승을 거두는 등 신바람을 내며 한때 1위도 차지했다.
만년 하위팀이라던 넥센은 지난 시즌 돌풍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과 함께 거짓말처럼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내리막을 탄 끝에 결국 받아든 최종 성적표는 6위.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1년 뒤, 넥센은 다시 그 자리에 섰다. 전반기 종료 시점 순위는 딱 1년 전 그대로다. 41승 1무 32패로 3위를 유지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를 이어가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도 전반기에 잘 나갔다. KIA 타이거즈와 치른 개막전에서 역전패를 당했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승수를 쌓고 순항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꽤 오랫동안 1위 경쟁을 했다.
초보사령탑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염경엽 감독의 신선한 지휘 아래 선수들은 변함없이 그라운드에서 치고 던지고 달렸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테랑 김민우와 신현철 두 명의 선수가 음주사건에 연루돼 선수단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이런 가운데 오심으로 인한 피해까지 겹치며 8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고비를 잘 넘겼다. 벌어놓은 승수를 많이 까먹긴 했지만 4강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버텨냈다.
염 감독은 "그나마 위기가 빨리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후반기에 8연패 같은 일을 당한다면 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염 감독은 주루와 작전코치를 맡으면서 팀의 부침을 경험했다. 1년 전과 같은 결과가 이번 시즌에도 되풀이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넥센이 후반기 4강 경쟁에서 미끌러질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해봤고 아파봤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넥센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지난해 27승을 합작한 원투펀치 브랜든 나이트와 앤드류 밴헤켄이 이번 시즌에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강수를 두기엔 둘을 대신할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염 감독은 "(교체는)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앞으로 계속될 순위경쟁에 이어 가을야구를 하게 된다면 나이트와 밴헤켄이 분명히 도움을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안고 있는 체력 부담도 문제다. 백업으로 그 자리에 들어갈 선수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신현철의 이탈이 그래서 더 아쉽다. 강정호는 수비실력과 함께 호쾌한 방망이도 자랑한다. 강정호가 흔들리면 공수에서 팀 전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그는 최근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염 감독은 "상황에 따라 김민성을 유격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넥센의 후반기 전망이 흐린 건 아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부상 중인 서건창이 그라운드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문우람, 김지수 등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와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보강해야 될 부분은 좌완 불펜자원이다.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현재 컨디션 난조로 2군에 가있는 박성훈이 1군에 합류한다면 분명 힘을 보탤 수 있다.
염 감독은 "8연패를 당하는 동안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많은 걸 배웠다"며 "앞으로 적어도 두세 번 정도는 고비가 또 찾아올 거라 본다. 그 때를 잘 버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주장 이택근도 "지난해 경험과 올 시즌 전반기 힘들 때를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목표는 분명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을야구를 향한 넥센의 바람과 질주는 이제 후반기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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