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다사다난했다. 참 힘들고 긴 시간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이 무거운 표정으로 전반기를 돌아봤다. SK는 74경기를 치르며 34승 39패 1무 승률 4할6푼6리로 전반기를 마쳤다. 6위 롯데에 3.5경기 차 뒤진 7위다. 최근 수 년간 늘 상위권을 지키며 한국시리즈 단골 손님이었던 SK에는 여전히 낯선 순위다.
"다사다난했던 전반기였다"고 말하던 이 감독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소절을 언급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SK와 닮은 이야기다. 이 감독은 "그동안 우리 선수들은 빨리 달려왔다. 6년 동안 정상에만 있었다. 이렇게 처진 것은 처음이다. 마음고생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는 계기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던 강팀이지만 올 시즌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초반에 나란히 부상 또는 부진에 시달리며 반격 기회를 잃었다. 다행히 이들이 서서히 살아나면서 팀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 감독은 "6월 초 NC전부터 좋아졌다. 정근우, 박정권, 김강민 등이 올라오면서 후반기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SK는 넥센과 전반기 마지막 두 경기서 멋진 승부로 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마무리를 했다. SK는 16일 문학 넥센전에서 1-3으로 뒤지다 4회부터 득점을 올려 결국 6-5 역전승을 거뒀다. 17일에도 득점 공방 끝에 8회말 대역전에 성공하며 10-9로 이겼다. 이틀 연속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자신감이 상승한 가운데 후반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15일까지 역전승 5위(15승)에 그쳤던 SK가 전반기 막판에 감춰뒀던 발톱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최근 신인 한동민과 면담에서도 희망을 봤다. "(한)동민이가 무릎 부상으로 한 달 만에 1군에 올라왔는데, 성적과는 달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한다. 이기려는 선배들의 모습이 보이더란다. '(7위에)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의지가 있다면 후반기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SK는 올스타 휴식기가 시작되는 18일부터 여드레 동안 쉰다. 이 기간 3군 선수들과 자체 청백전을 치르는 등 꼼꼼하게 훈련 스케줄을 짰다. 이 감독은 "쉬는 동안 전반기 부족했던 부분을 잘 메워 후반기에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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