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야구 전반기 가장 뜨거웠던 팀은 누가 뭐래도 LG 트윈스일 것이다. LG의 기세는 전반기 마지막까지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LG는 롯데와의 전반기 마지막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6연승으로 기분 좋게 올스타 휴식기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전반기까지의 성적은 45승31패(승률 0.592)로 당당히 2위. 패수보다 승수가 14개나 더 많은 훌륭한 성적이다.
그동안 쌓인 '한(恨)'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불과 반경기. 5위 KIA와 5경기, 6위 롯데와 6경기의 승차를 보이고 있어 4위권은 일단 안정적이다. 지난 2002년 이후 11년만의 가을잔치 참가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LG다.
시즌 전 누구도 LG의 전력이 이렇게도 탄탄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LG의 선전은 그야말로 돌풍이다.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뜻의 신조어 'DTD원리'까지 비웃기라도 하듯 LG의 상승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렇다면 LG가 예상을 뒤엎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철옹성 마운드 구축, 팀 ERA 당당 1위
LG 선전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마운드의 변화에 있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LG의 마운드는 '안정'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LG의 마운드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막강하다.
전반기까지 팀 평균자책점 1위 팀은 다름아닌 LG다. LG는 3.66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최근 몇 년간 '최강 마운드'로 군림했던 삼성(3.87, 2위)을 따돌렸다. 시즌 전부터 강점으로 꼽혔던 불펜은 물론이고 선발진까지 든든함을 자랑하고 있다.
정현욱, 이동현, 류택현, 이상열 등 중간계투 요원들과 '마무리' 봉중근이 버틴 LG 불펜은 기록상 최강이다.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 1위(3.20)에 올라 있는 것.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3.94로 NC(3.63)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다.
◆트레이드, FA 영입 등 알찬 선수보강
새로 수혈된 피가 팀 조직에 완벽히 녹아들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트레이드, FA 영입 등에서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던 LG의 과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영입해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통해서는 포수 현재윤과 내야수 손주인을 얻었고, FA 시장에서는 정현욱을 영입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제국의 가세도 큰 힘이 됐다.
현재윤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LG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던 포수 자리를 지키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손주인은 주전 2루수로 뛰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류제국의 합류는 선발진의 안정화로 이어지며 LG가 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신구조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
신구조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LG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지난해까지 LG는 30대 노장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었다.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이 없다보니 팀도 정체돼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로 대표되는 20대 선수들이 한층 성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정의윤은 어느새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를 잡았고, 김용의와 문선재는 내야수비와 주루 등에서 큰 힘을 보탰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베테랑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주장' 이병규는 한국 나이 마흔임에도 젊은 선수들을 능가하는 절정의 타격감으로 팀 타선의 구심점이 됐다.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기존의 주축 선수들도 돌아가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형님 리더십'으로 설명되는 김기태 감독의 지도력도 큰 힘을 발휘했다. 선수들과는 눈높이를 맞춰나갔고, 각 파트별 코치들에게는 거의 전권을 위임했다. 선수, 코칭스태프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 이는 곧 성공적인 전반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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