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국 프로야구에 새로운 '기록의 사나이'가 등장했다. LG 트윈스의 노장 좌완투수 류택현(42)이 주인공이다.
류택현은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LG가 5-3으로 앞서던 연장 11회말 등판해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팀이 승리로 향하는 징검돌을 놓고 홀드를 따냈다. 자신의 통산 118번째 홀드. 정우람(SK, 117홀드)을 제치고 통산 홀드 신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과거에도 '기록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선수들이 있었다. 타자 쪽에서는 장종훈(한화)과 양준혁(삼성), 투수 쪽에서는 송진우(한화) 등이 그랬다. 모두 현역 시절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선수생활을 오래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모두 한때 최고의 위치에 올랐던 선수였다.
그러나 류택현은 조금 다르다.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에 방점이 찍혀 있는 선수다. 현역 유니폼을 벗을 뻔했던 위기를 굳은 의지 하나로 넘겼다는 점도 과거 기록의 사나이들과는 다르다. 류택현은 은퇴를 권유받았던 지난 2010년 자비로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현역 연장의 꿈을 스스로 이뤄냈다. 한국 나이 마흔에 받은 수술이었다.
갖고 있는 기록의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 홈런, 안타, 다승, 탈삼진 등 크게 주목받을 만한 기록은 류택현에게 없다. 류택현이 갖고 있는 기록은 통산 최다 등판, 통산 최다 홀드 2가지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만들어낸,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빛을 내는 기록들이다.
최다 등판 기록은 최다 홀드 기록에 앞서 지난해 4월13일 달성했다. 당시 류택현은 잠실 KIA전에서 통산 814번째로 마운드에 오르며 기존 최고기록(조웅천, 813경기)을 넘어섰다. 류택현의 등판 기록은 이제 875경기까지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아직 경쟁자가 없는 기록이다.
이제 류택현은 통산 900경기, 더 나아가 1천경기 등판을 향해 달려가게 됐다. 900경기는 다음 시즌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한다면 쉽게 넘어설 수 있는 목표. 하지만 1천경기 등판은 향후 3년 정도 더 뛰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최다 등판 기록은 요네다 데쓰야(전 긴테쓰)가 기록한 949경기. 메이저리그에서는 제시 오로스코(전 미네소타)의 1천252경기가 최다 기록이다. 한국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일본, 미국과 비교해도 류택현의 기록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 기록은 류택현의 추격 가시권에 들어왔다.
류택현의 기록 시계가 계속해서 흘러가기 위해서는 그의 현역 생활이 계속돼야 한다.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한 류택현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류택현은 올 시즌 벌써 34경기에 등판해 12홀드 평균자책점 3.57(17.2이닝 7자책)을 기록 중이다. LG 불펜에는 아직 류택현을 대신할 좌완 요원이 없을 정도다. LG 김기태 감독이 베테랑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하나의 기대 요소다.
류택현의 현역 생활이 계속된다면 최고령 등판 신기록도 바라볼 수 있다. 현재 최고령 등판 기록은 한화 송진우 코치가 지난 2009년 세운 만 43세 7개월. 현재 41세 9개월의 나이인 류택현이 앞으로 2년을 더 뛰면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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