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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만 상처, 에이전트-구단 대립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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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봉합 없고 입장 차만 고수, 선수는 가운데서 피해

[류한준기자] 현실을 반영한 영화들이 있다. 선수와 스포츠 에이전트 사이의 관계를 다룬 미국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둘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선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에이전트, 이를 믿고 자기 기량을 보여 정당한 보수를 받는 선수 이야기는 감동을 전했다.

영화가 개봉된 1990년대 중반 당시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스포츠마케팅 분야 지원 열풍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선수신분 및 자격과 이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김연경도 에이전트를 두고 있다. 2011-12시즌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뛸 당시 계약을 맺은 (주)인스포코리아다. 에이전트는 고객인 선수를 위해 팀과 계약관계, 각종 광고 출연 및 섭외 그리고 여기에 따른 각종 법률적인 부분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을 주로 담당한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라면 통역과 현지 적응을 위한 도우미 노릇도 한다. 선수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다.

김연경의 에이전트도 당연히 선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김연경은 이적 문제로 원소속팀 흥국생명 그리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배구협회(KVA)과 갈등을 겪으며 의견 대립으로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시즌에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우여곡절 끝에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발급돼 김연경은 페네르바체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시즌이 종료되자 1년 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에이전트는 자선사업을 하는 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윤 추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 비난 받거나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선수가 우선이 돼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스포코리아의 윤기영 대표는 "김연경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당한 요구이기 때문에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법적수단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김연경의 정당한 권리를 얻겠다"고 강조했다. 고객인 선수를 위해 성의를 다하는 건 맞다. 이해되는 부분은 있다. 구단과 선수 사이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때 약자는 대부분 선수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경은 이적과 관련한 자신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표팀 잠정 은퇴와 연맹 소속선수로 다시는 뛰지 않겠다'는 강경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해당 문제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이와 관련한 지루한 법정 다툼과 민·형사상 소송이 서로간에 이뤄질 게 분명하다. 한두 달 정도 시간이 걸려 풀리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 가운데 김연경은 코트에 서지 못할 수 있다. 배구선수가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코트다.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이자 월드스타인 김연경도 누구보다 더 코트에서 몸을 날리고 스파이크를 하고 싶어한다.

흥국생명은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김연경의 사과다. 구단 입장에서야 분명히 서운한 부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김연경이 강수를 꺼내들게 한 촉매제가 됐다. 구단은 '사과'를 조건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양보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수를 중심으로 본다면 다시 한번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연경 문제와 상황 및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남자배구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로 선수가 피해를 본 일이 있었다. 바로 이경수(LIG 손해보험)다. 신진식(현 홍익대 감독)의 뒤를 이을 대형 레프트로 꼽히던 이경수는 실업시절이던 지난 2000년 입단 문제를 두고 각 팀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가 받았다. 입단 파동을 겪은 이경수는 2년 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다.

김연경이 '제2의 이경수'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분위기로만 보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에이전트와 구단 모두 선수를 위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 여자배구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레프트'로 평가받는 김연경은 아직 코트에서 힘차게 뛰어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은 선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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