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런 날씨에는 투수가 조금 더 유리하긴 하죠."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열린 9일 목동구장. 경기를 앞두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으자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장마철답게 습도가 높았다. 기상청 발표로 롯데와 넥센 경기가 치러진 목동구장의 습도는 81%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그런 날씨였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보통 이런 날엔 투수가 타자와 견줘 좀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야구공 겉은 소가죽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한 때보다 습하고 눅눅한 날 투수들은 '공이 손가락에 더 잘 감긴다'고 느낀다. 김 감독은 "실제로도 실밥에 손가락이 더 잘 달라붙는다"며 "그립을 쥘 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투수 개인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날씨를 선호하지 않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어땠을까. 그는 "습한 날씨가 더 나았다"며 "공을 던지거나 타자를 상대하기가 좀 더 수월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얘기대로 이날 두 팀의 선발투수인 크리스 옥스프링(롯데)과 브랜든 나이트(넥센)는 호투를 하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다만 옥스프링은 초반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이 옥에 티였다. 1회말 3안타를 집중적으로 맞으며 넥센에게 먼저 2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안정을 찾으며 힘차게 공을 뿌렸다.
나이트는 더욱 안정된 피칭을 보였다. 2회초 볼넷 두 개를 연속 허용한 부분을 제외하면 롯데 타선을 잘 막았다.
두 선수는 이날 선발투수로 제몫을 다했다. 옥스프링과 나이트 모두 나란히 7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야구는 점수를 내야 하는 경기다. 롯데 타선은 나이트를 상대로 한 점도 내지 못하다가 마운드가 교체된 뒤에야 추격에 나섰으나 결국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나이트는 최근 좋지 않았다. 앞서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날은 팀의 3-1 승리를 이끌며 오랜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6월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6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옥스프링은 1회 실점이 뼈아팠다. 팀 타선의 도움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6월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이후 5경기째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또한 12경기 연속 무패행진도 이날 넥센전에서 마감했다.
나이트는 경기가 끝난 뒤 "오랜만에 거둔 승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팀이 연승을 이어가는데 보탬이 돼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앤디(앤드류 밴헤켄)도 앞으로 더 잘 던질 거라고 본다. 경기 초반 조금 제구가 안됐는데 수비 도움도 컸다"고 덧붙였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경기 초반 나이트가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발은 좋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잘 던져줬다. 앞으로도 등판한 경기에서 잘 던져줄 거라고 믿는다"고 신뢰를 보였다.
한편 롯데 김시진 감독은 "졌지만 분위기를 잘 추스려 내일 경기 준비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두 팀은 10일 선발투수로 각각 쉐인 유먼(롯데)과 앤드류 밴헤켄(넥센)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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