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1군에서 뛰는 선수는 모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 못 피어난 선수도 계기만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
프로 데뷔 12년차 외야수 신종길(KIA)에게 1군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매년 스프링캠프 때마다 주목을 받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위축되고 잊혀졌다. 지난해 역시 캠프서 이순철 수석코치가 신종길을 집중 조련하며 맹활약을 예고했지만 44경기에서 타율 1할5푼7리(83타수 13안타) 5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신종길은 작년의 아픈 기억을 가슴에 품었다. 그는 "수석코치님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보답하지 못했다. 스스로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둔 캠프서 신종길은 인생을 바꿀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고집'을 버린 것이다. "그동안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쫓기고, 급해지고. 안타가 나올 리 없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그저 '연습한 대로만 하자'라는 생각뿐이다. 안타가 없어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실제로 올 시즌 신종길은 경기 초반보다 막판에 안타를 때린 확률이 높았다. 1회부터 3회까지 타율이 3할2푼5리(40타수 13안타)인 반면 7회부터 9회까지는 4할2푼6리(47타수 20안타)로 높다.
신종길은 "3타수 무안타라도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연습한 대로 치자'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집중하니 신기하게도 안타가 나오더라. 이제 안타가 없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도 그랬다. 신종길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5-1로 앞선 8회초 1사 2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날려 추가 쐐기점을 뽑았다. 이날 KIA는 8-2로 승리했다.
생각의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컸다. 그는 올 시즌 44경기에서 132타수 46안타 타율 3할4푼8리 2홈런 24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타이거즈 타선의 중심이 됐다. 특히 시즌 초반 김주찬이 부상을 당했을 때 신종길의 맹활약 덕분에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5월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만났을 때도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내려갈 때쯤에 쉬게 됐다고 편하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의 방망이는 부상 복귀 후에도 뜨거웠다.
신종길은 "1군에서 뛰는 선수는 모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 못 피어난 선수도 계기만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신종길은 아직 시험대에 올라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어느 때보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다시 성적이 떨어져도 예전처럼 크게 실망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종길은 "두려움을 없애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하던 것만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지금처럼 방망이를 짧게 잡은 적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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