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박정권(SK)을 향해 탄식이 쏟아졌다. "힘 조절 좀 하지. 그걸 넘기면 어떡해!" 박정권의 홈런을 지켜본 동료들의 장난 섞인 아쉬움이었다.
박정권은 23일 문학 롯데전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4-5로 뒤진 7회말 2사 후 김승회를 상대로 터뜨린 중월 동점 홈런이었다.
그런데 박정권의 홈런 타구가 떨어진 지점이 화제가 됐다. SK가 이벤트 구역으로 설정해 놓은 '쉐보레를 맞혀라' 홈런존이었기 때문이다. SK는 지난 7일부터 정규시즌 종료 시까지 9개 구단 선수가 전시차량을 맞히는 홈런을 때리면 동일 모델의 차량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마침 박정권의 타구가 자동차를 살짝 넘어가는 지점에 떨어졌다. 값진 동점 홈런이었지만, 자동차를 빗겨가 이벤트와는 인연이 없었다.
쉐보레 존은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코스 중 하나다. "데뷔 후 그 코스의 홈런은 처음인 것 같다"고 기억을 되짚은 박정권은 "맞는 순간 신기하게도 공이 그 쪽으로 가더라. 힘이 좋아졌는지 자동차를 넘겼다"며 웃었다.
그만큼 최근 타격감이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정권은 6월 들어 월간 타율 3할1푼4리(51타수 16안타) 18타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4월 2할2푼2리(36타수 8안타), 5월 2할3푼7리(38타수 9안타)로 부진하다가 드디어 타격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5월까지 2개에 머물던 홈런도 6월 들어 어느덧 4개를 때렸다.
박정권은 "볼을 오래 보게 됐다. 포인트가 뒤에 있어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카운트까지 유리해졌다. 그 전에는 생각에만 그쳤던 것이 경기에서 이뤄지니 절로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최근 호성적의 비결을 전했다. 이날도 SK는 박정권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기세를 이어가 8회 정상호의 3점홈런이 터져나오며 8-5로 역전승했다.
SK는 주전 선수들의 부진으로 팀 순위가 7위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6월 들어 박정권은 물론 김강민과 정근우, 정상호 등이 살아나면서 희망을 확인했다. 4연패를 마감한 뒤 지난주 5경기에서 3승 2패를 거뒀다.
박정권은 팀을 위해 개인 목표마저 지웠다. 그는 "내 성적보다 팀의 4강이 우선이다. '해보자'는 선수들의 힘이 모이면서 최근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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