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최강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이을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상황이다.
홍 감독은 고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의 예로 볼 때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대표팀 맡기기를 좋아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설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시기는 지금이 아니라는게 보편적인 시각이고 여론인데, 협회는 귀를 막고 있다.
만약 협회가 홍 감독 선임을 끝까지 추진해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힌다면 계약은 언제까지가 될 것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 축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홍 감독이 한국 축구에 새로운 감독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제격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2018년까지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한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월드컵은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위한 '연습용'으로 전락해버린다는 것이다. 대표팀을 맡았는데 이번 월드컵은 물론이고 다음 월드컵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것이고, 나쁜 성적 또는 최악의 결과를 내도 그만이다.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 4년 후의 다음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홍 감독이 이번에 대표팀을 맡는다고 해서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양새가 그렇게 되어 있다. 브라질 본선 무대는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하는 하나의 과정, 러시아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한 연습용 대회가 돼버릴 공산이 크다. 너무나 '위험한 발상' 아닌가.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대회다. 축구선수로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도 선택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지만,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애 한 번 오기 힘든 축복이요 축구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이런 대회를 A 대표팀 사령탑 경력이나 검증도 없이, 처음 대표팀을 맡는 단계에서부터 2번이나 연속으로 출전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단순한 영광을 넘어 '특혜'로 보일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의 황태자'로 불리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2번의 월드컵을 맡기는 것은 황태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아무리 황태자라 해도 홍 감독은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성인 대표팀 감독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홍 감독이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동메달을 수확했지만 성인 대표팀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다. 홍 감독이 이번에 대표팀 지휘봉을 건네받는다면 당연히 책임도 져야 한다. 홍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선택한다면 책임지고 성적을 내야하고, 그러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 감독의 1차 계약은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가 돼야 한다. 브라질월드컵 성과를 보고 계약을 연장하든지 종료하든지 해야 한다. 브라질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린다면 2018 러시아까지 연장되는 것이 옳고, 그러지 못한다면 러시아 월드컵은 다른 '유능한'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
월드컵이란 큰 대회에서 감독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일이다. 책임감을 실어줘야 의지와 열정도 높아지는 법이다. 홍 감독은 능력을 보여 스스로 계약 연장의 당위성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까지 대표팀을 지도하는 것은 협회의 도움이 아니라 자신이 개척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여론도 홍 감독을 믿고 2번의 월드컵을 맡길 수 있다. 그래야 홍 감독을 향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만들어낸 '황태자' 소리도 사라지게 된다.
결국 2014 브라질월드컵을 홍 감독에게 맡기는 것은 도박과도 같다는 의미다. 그리고 브라질월드컵 결과와 상관없이 2018년까지 맡기기로 미리 결정해놓는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발상이다. 협회는 왜 도박을 하려 하는가, 왜 상식에서 벗어나려 하는가.
명쾌한 해답이 있지 않은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감독에게, 단기적으로 대표팀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월드컵 감독을 맡길 만한 경험과 노하우가 넘치는 감독에게 맡기면 된다. 홍 감독에게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브라질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순리다. 브라질월드컵도, 홍명보도, 러시아월드컵도 모두 살릴 수 있는 길이다.
홍 감독은 2014 월드컵이 끝난 이후 2018년까지 장기계약을 하는 것이 옳다. 홍 감독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감독 문화에 제격인 인물인 것도 맞다. 러시아월드컵까지 홍 감독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줘야 하는 것도 맞다. 4년의 대표팀 감독 보장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홍 감독이기에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2009년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까지 홍 감독은 장기적으로 팀을 꾸리며 최고의 팀을 만들어냈다. 성인 대표팀 사령탑으로 첫 발을 내디딜 때도 그렇게 멀리 봐야 한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후 '홍명보의 아이들'을 차근차근 진화시켜 러시아월드컵에서의 기적을 노려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위해서라면 월드컵 예선부터 치르며 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른 길이다. 소위 '홍명보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러시아월드컵 때 즈음이면 절정의 나이에 접어든다.
브라질월드컵이 특정 감독의 연습용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또 홍 감독의 경쟁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위해, 대표팀 감독에 장기 계약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홍명보라는 한국축구 '희대의 아이콘'을 더욱 빛나게 유지하기 위해, 해답은 나와 있다. 2014 월드컵 이후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온 힘을 다해 표를 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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