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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하기 싫다는 사람을 굳이…최강희 선임 전철 밟는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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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은 하고 싶은 감독이 맡아야

[최용재기자] 지난 2011년 11월,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이후 후임 감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당시 수많은 외국인 감독이 후보군에 올랐다. 당시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으로 새 사령탑을 선임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일부 외국인 감독과 접촉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이는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K리그를 평정한 '명장'이다. 검증이 된 감독이었다. 외국인 감독이 아닌 토종 최강희 감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한국 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다는 감독이 있는데도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을 끝까지 설득작업을 벌여 그 자리에 앉혔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처음에는 대표팀 감독직을 강하게 고사했다. 전북과의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며 대표팀 감독에 부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협회는 끈질기게 최 감독을 설득했다. 위기의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해 희생과 헌신의 이름으로 최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주기를 바랐다. 결국 최 감독은 요청을 받아들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 감독의 지휘 아래 대표팀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는 했지만 졸전을 거듭한 경기력으로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최 감독의 마지막은 아름답지 못했다. '시한부 감독'이라는 막말까지 나왔다. 희생과 헌신의 이름으로 아름답게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먹물로 뒤덮였다.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불러다 앉혀 놓은 결과는 이렇게 우울했다.

협회는 최종예선이 끝난 후 최강희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였고 후임 감독 찾기에 나섰다. 또 다시 위기의 한국 축구다. 위기의 상황에서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유력해지고 있다.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과 교감이 있었다며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했다.

그런데 홍 감독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최 감독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처럼 보인다. 홍 감독은 물론 능력 있는 지도자다. 각급 대표팀의 코치, 감독을 거치며 눈부신 성과를 냈고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썼다. 최근 대표팀 감독이 공석이 될 때마다 항상 후보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그럴 때마다 홍 감독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협회는 이런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힐 생각인가 보다.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에게 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려는 협회다. 홍 감독이 영원히 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기상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 홍 감독이 언젠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기정 사실과 같은 일이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을 적합한 시기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월드컵이 아닌, 2018 러시아월드컵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축구인들, 팬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홍 감독이 '지금'은 아니라고 한 것은 지금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시간을 가지고 경험과 노하우를 더 갖춰 더 큰 꿈을 꾸며 한국축구 발전을 이루고 싶다는 말이다. 지금이 아니라는 것은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일궈냈던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차분히, 그리고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협회는 왜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만을 골라서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것일까. 왜 젊고 유능한, 전도 창창한 감독에게 벌써부터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하려는 것일가. 외국인 감독을 포함해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다른 유능한 감독도 많다는데, 왜 희생과 헌신의 이름으로 포장해 홍 감독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려는 것일까.

만약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만에 하나라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희생과 헌신의 이름으로 포장됐던 홍 감독의 아름다운 선택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홍 감독 체제가 2018년 월드컵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한다. 협회도 꼬리를 내릴 것이다. 최강희 감독 때도 그랬다. 최강희호가 출범할 때만 해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최 감독을 설득해 본선까지 가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최 감독의 전철을 홍 감독이 밟게 해서는 안 된다. 감독 선임의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하고 싶다는 의지다. 굳이 하기 싫다는 사람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대표팀 감독은 지금 당장 하고 싶다는 후보 중에서 가장 능력 있고 믿을 만한 인물을 신중히 선택해 맡겨야 한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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