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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길들이기' 의혹, 보복판정은 정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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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공공연한 비밀…권위는 정확한 판정으로 세워야

[15일 잠실 LG-넥센전에서 나온 오심으로 인해 심판 판정의 공정성 및 정확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진행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는 심판위원들.]

[정명의기자] "그런 것까지 항의하면 감독이 심판한테 찍힌다."

프로야구 모 구단 감독에게 사소한 오심에 별다른 항의가 없었던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찍힌다.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표현이다. 심판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것이 없다는 뜻이다. 프로야구 전반적으로 공공연히 퍼져 있는 인식이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오심으로 얼룩졌다. 0-0으로 맞서던 5회말 LG 공격 2사 만루에서 박용택의 3루 땅볼 때 2루를 향하던 오지환이 세이프 판정을 받은 것. 명백한 아웃이었지만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이 판정 하나로 무너진 넥센은 5회말에만 8점을 내주고 결국 0-9로 패배,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여러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오심이었다. 가장 큰 상처는 연패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며 팽팽한 승부를 펼치던 넥센 선수들, 그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넥센 팬들이 입었다. 승리에도 찝찝함을 씻을 수 없었던 LG 선수들과 팬들 또한 마찬가지였고,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모든 팬들도 넓은 의미에서는 다 상처를 입었다.

이번 오심을 김병현(넥센)과 연결시키는 시선도 있다. 김병현은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강판하던 도중 심판 머리 위를 넘겨 1루 덕아웃 쪽으로 공을 던져 퇴장을 당했고, 벌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심판진은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KBO 상벌위원회도 그런 개연성을 인정한 것.

김병현의 이런 행동이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받아들인 심판진이 넥센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일종의 '음모론'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은, 믿어야 하는 일이지만 이미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야구팬들도 지금껏 심판들의 보복판정이 있었다고 느끼고 있다.

심판들이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의혹 역시 오래 전부터 있었다. 심판들이 아니라고 하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선수들이 직접 느끼고, 팬들의 눈에도 보이는 부분이다.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판정은 판정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 무언가를 위한 도구나 의도를 갖고 판정이 내려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심판의 권위를 세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물론 감독, 선수들의 잦고 불필요한 항의도 문제다 그럴 때는 퇴장 명령 같은 강경한 대응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후속 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심판들은 정확한 판정으로 유명하다. 한국보다 프로야구 역사가 훨씬 앞서는 미국, 일본의 심판들이 한국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에 놀랄 때가 많다고 한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같은 국제대회에서 실제 그런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심판들이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결과물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이렇게 빨리 발전하고 인기 스포츠로 정착한 데는 심판들의 공이 적지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오심은 더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오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심판위원회는 해당 심판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아직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번 오심을 계기로 앞으로 보복판정 등 불필요한 의혹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서로 조심해야 할 일도...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도 조심해야 한다. 한국 야구의 특징인 얽히고 설킨 선후배 관계는 비단 선수나 코칭스태프뿐만이 아니다. 심판들 역시 선수들과 야구계 선후배로 연결돼 있다. 때문에 경기 전 심판과 코치, 선수들이 만남을 갖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서는 안된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해서 좋을 것이 없다. 경기장 밖에서까지 서로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기장 안, 그것도 경기 시작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내세우며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심판 판정에 감정이라는 불필요한 성분이 개입할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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