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일본 프로야구기구(NPB)가 반발력을 높인 공인구 사용을 프로야구 12개 구단에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른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가 몰래 바뀐 공인구 때문에 시끄럽다. NPB는 지난 2011년 '통일구'라 불리는 새 공인구를 도입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발력을 세계대회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반발력 수치를 낮춘 통일구의 타구 비거리는 기존 공보다 3m가량 짧아졌다. 자연스럽게 홈런 수가 줄었고, 투고타저 바람을 몰고오며 프로야구 인기 저하와 직결됐다.
이에 NPB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반발력을 높였다. 문제는 NPB가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공인구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버텼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통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몰래 높인 사실이 알려지자 12일 NPB 사무국에는 60건 이상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대부분 "보도 내용이 사실인가"라고 진위를 묻는 내용이었다.
통일구를 도입한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혀 몰랐다. 나도 어제(11일) 알았다. 만약 내가 사실을 알았다면 12개 구단과 선수들에게 공표했을 것"이라면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가토 커미셔너의 퇴임 요구 움직임도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공이 바뀐 줄도 모르고 경기를 치러온 선수들이다. 투수의 평균자책점, 타자의 홈런 수는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다. 20홈런으로 NPB 전체 홈런 2위에 올라있는 야쿠르트 발렌틴은 "시즌 첫날부터 공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가볍게 쳐도 공이 멀리 날아갔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될 수 있다. 일본 선수협회의 한 변호사는 "공인구 교체는 근로 조건 변경에 해당하는 일이다. 선수협회와 상의 없이 공을 바꾼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타쿠라 히로시 니혼대학 명예교수는 "손해배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수협회장이었던 야쿠르트 미야모토 신야는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단 경영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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